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우 유아인(왼쪽)과 한서희의 설전을 계기로 ‘진짜 남녀 평등주의자(페미니스트)는 누구인가’라는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발단은 유아인이 한 네티즌과 설전을 벌인 일명 ‘애호박 게이트’으로 시작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18일 유아인을 향해 “유아인은 20m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사람. 냉장고 열다 채소 칸에 애호박 하나 있으면, 가만히 보다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긋할 것 같음”이라는 글을 남겼다.
유아인이 이 트위터 이용자에게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긋)”이라고 답했고,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유아인을 향해 “여혐 발언이다”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이 논쟁은 닉슨 미국 대통령의 도청 사건으로 잘 알려진 ‘워터게이트’ 파문과 연관, ‘애호박 게이트’란 별칭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유아인은 굽히지 않고, 자신을 비판한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였다. 여기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가수 지망생 한서희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다.
한서희는 지난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아인 이름이 남겨진 “남배우라고는 잘 안 하지만 여자 배우들에겐 여배우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사회 생활하면서 여성분들이 아직도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 있지 않다는 의미다”라는 글이 담긴 사진과 함께 유아인을 향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서희는 “한국 남자들이 만든 여성혐오(여혐) 단어들이 넘쳐나는데 고작 (한국 남성을 혐오하는 의미의) ‘한남’이라고 했다고 증오? 혐오? (페미니스트인 척한) 페미 코스프레하고 페미 이용한 건 내가 아니라…”라고 유아인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유아인도 맞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자신의 SNS에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그는 구체적인 배경 설명에 들어갔다. 유아인은 “나는 보수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누나 둘을 가진 막내아들이자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야 할 장남으로 한 집안에 태어나 ‘차별적 사랑’을 감당하며 살았다”며 “제삿날이면 엄마는 제수를 차리느라 허리가 휘고 아빠는 병풍을 펼치고 지방을 쓰느라 허세를 핀다. 이상하고 불평등한 역할놀이”라고 했다.
유아인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서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뭐라구~~? XX가 넘 작아서 안 들려. 풉”이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게시물 역시 유아인을 향해 남긴 것으로 추측했다.
논쟁은 유아인이 한서희를 겨냥한 듯한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계속됐다. 유아인은 마약 사건으로 집행유예 받은 한서희를 저격하듯 알약 모양 이모티콘과 함께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말라고, 그냥 이거 드시라고 #떡밥 내일 또 ‘삭제’ 해드린다고,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는 글을 남겼다.
한서희 역시 맞받아쳤다. 그는 27일 인스타그램에 “ㅋㅋㅋㅋ”란 글이 적힌 사진을 올리고 유아인이 “ㅋㅋㅋ한읍읍 시녀들 또 난리치고 있네 진짜 한심”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자 그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한서희는 “ㅋㅋㅋㅋ아 삼촌”이라는 글도 덧붙였다.
두 사람의 설전에 네티즌들도 양분되면서 논쟁 중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아인을 ‘유장군’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이들은 유아인이 한 발언들이 “한남 등 혐오적인 말을 했던 사람들을 대신 혼내 준 기분이라 속 시원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네티즌은 ‘유장군’이라는 제목으로 만화를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한서희를 ‘갓서희’라고 부르며 “유아인은 절대 한서희를 이길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애호박 게이트’에서 시작됐던 두 사람 싸움은 남녀 성 대결을 넘어 ‘페미니스트’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너도 나도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고 있는데, 페미니스트란 말이 어느새 싸움을 만드는 불편한 단어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 인권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 없이 싸움으로만 번지는 페미니스트 논란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