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올해 연말시상식 중 하나인 'KBS 연예대상'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2002년 ‘코미디대상’에서 ‘연예대상’으로 명칭이 변경돼 개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9월 4일부터 고대영 KBS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하고 있는 파업의 영향이 크다. 나름 역사가 있는 ‘연예대상’ 개최가 무산됐다고 하나 서운해 할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지상파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지닌 의미가 퇴색한 지는 오래다. 수상부문이 많고, 수상자도 넘쳐나는 모습을 비판하기엔 이제 입이 아플 지경이다. 스타들을 시상식에 ‘모셔오기’ 위해 생겨난 현상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들 입장에선 연말 시청률과 광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KBS연예대상’만 해도 그렇다. ‘관찰 예능’이 유행을 하면서 예전과 달리 개그맨이나 MC가 아닌 배우들에게 트로피가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KBS연예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 중 쇼, 오락부문 수상자 11명 중 7명이 배우다. 우수상과 신인상은 공동수상을 남발했다. 베스트엔터테이너상도 ‘노래싸움-승부’(폐지)의 MC였던 남궁민 차지였다.
급조한 듯한 1회성 트로피도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2013년 ‘KBS연예대상’에는 ‘실험정신상’과 ‘모바일 TV인기상’이 난데없이 생겨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과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진에게 돌아갔다. 지난해는 ‘핫이슈 예능프로그램상’을 만들어 시트콤 ‘마음의 소리’에 트로피를 선사했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시상식의 권위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SBS연예대상’은 반전상, 얄밉상, 더럽상을 만들어 시상했다. 상의 위신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 MBC는 지난해 ‘MBC연예대상’에서 MC상은 3명, 인기상은 4명, 특별상은 무려 6명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인심 좋은 연예대상인 셈이다.
‘나눠먹기’식 수상은 ‘연기대상’이 심각하다.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은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성별과 장르에 따라 수여했다. MBC는 미니시리즈와 연속극, 특별기획 등 세 분야로 나눠 상을 줬다. SBS의 경우 최우수연기상은 장르&판타지, 로맨틱코미디, 장편드라마로 세분했고, 우수연기상은 장르드라마, 장편드라마, 로맨틱코미디, 판타지 등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을 받은 이만 MBC가 12명, SBS는 17명이었다.
‘아무 상 대잔치’ 속에서도 중견배우는 찬밥대우다. 지난해 ‘MBC연기대상’에서 황금연기상을 수상한 이휘향과 김의성을 제외하면 50대 이상 배우 수상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KBS도 지난해 40대 후반이었던 차인표(베스트커플상)가 가장 나이 많은 수상자였다.
의미도 감동도 없는 시상식이라면 사절이다. 행사장 좌석에 앉은 연예인들만 봐도 수상자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시상식은 없어도 된다. 3시간 가량 방송하며 “전파 낭비”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하는 시상식을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을까.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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