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잘 되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 많아
업무상 친분 우정으로 이어갈 수 없나
우선은 가족과의 관계 회복에 힘쓰자
요즘 ‘나 혼자 산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TV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지려면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필자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하고만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면 남과 비교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다시 말해서, 자기보다 나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도 비교할 때 비로소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오고 행복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남이 잘 되는 것을 축하해 주는 대신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남의 성공이 자기를 불행하게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가까운 사람이 땅을 사면 최소한 자기에게 도움을 청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빚 보증을 서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난감했던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실감할 것이다. 그 뿐인가? 별장은 본인이 소유하기 보다는 갖고 있는 친구를 두는 편이 더 좋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기가 별장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번거로움은 피하고 친구 별장을 가끔 한 번씩 이용만 하는 경우가 더 좋지 않겠는가?
필자는 업무상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을 많이 만난다. 대개는 그들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문화나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상호 친분을 쌓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 민간부문에 나와 일한 지난 10여 년 동안 이렇게 맺은 지인이 30여 년 공직생활에서 쌓은 인연보다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과의 관계가 업무로 맺어진 동반자관계(business partnership)이기 때문에 함께 협력할 비즈니스가 끝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파트너십(partnership)도 끝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필자는 파트너십을 프렌드십으로 승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친구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함께 도모할 비즈니스가 끝난 후에도 관계가 지속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옛 속담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서양에도 똑 같은 속담이 있다.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하지만, 요즈음 세상에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가짐 또한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어디 필자 혼자만 경험하는 일이겠는가?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가족과의 관계마저 소홀히 하면서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구도에서 살아왔다. 한 평생 업무상 만나는 파트너와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업무상 동반자관계를 평생 가는 프렌드십으로 생각하고 살지만 업무상의 관계란 대개 직장을 떠나는 순간 끝나고 만다. 그 뿐인가?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가족들은 가장(家長) 없는 삶에 익숙해진다. 뒤늦게 반성하면서 가정의 일원으로 합류하려 하지만 가족이 잘 받아주지 않아 난감해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우리는 많이 본다. 본인은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없는 생활이 몸에 밴 가족 입장에서 보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는 어려움도 함께 하지만 성공도 축하해줌으로써 파트너십을 넘어 프렌드십으로 승화하도록 노력하자.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라도 가족과의 관계를 복원하려고 시도하자. 그러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자가 고민해서 답을 찾아야 할 자기 몫이다.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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