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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세] 세계 지도에 꼭꼭 숨은 세 나라, 아시나요?

입력
2018.04.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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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만세는 ‘다시 만난 세계’의 줄임말입니다. 국제뉴스에서 소외됐던, 그러나 흥미로운 나라들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연재입니다.

세계지도를 한 번이라도 유심히 들여다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은 나라가 이 지구에 존재하는지. 특히나 지도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나라들은 제법 여행을 해봤다는 사람들도 낯설다. ‘바티칸’처럼 유명하지도, 특별히 즐길만한 휴양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매력은 찾기 나름이다. ‘다시 만난 세계’의 마지막 회는 세계지도에 꼭꼭 숨은 세 나라를 소개한다. 세 나라 모두를 아는 독자라면 ‘지리 능력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늘에서 바라본 나우루 공화국 전경. 플리커 제공
하늘에서 바라본 나우루 공화국 전경. 플리커 제공

자원의 저주에 휩싸인 ‘나우루 공화국’

쇼핑은 전세기를 타고 하와이나 피지로, 차는 샀다 하면 람보르기니나 포르쉐. 어느 돈 많은 부자 얘기인가 싶지만, 불과 40년 전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걸어서 네 시간이면 다 돌아볼 만큼 작은 섬을, 주민들은 걷지 않았다. 길거리엔 외제차가 즐비했고, 집집마다 경비행기 한대씩은 기본. 모든 게 무상으로 이뤄져 교육이나 의료에 대한 걱정도 없다. 매년 정부가 1억원에 달하는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급했기에 사람들은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항상 풍족했다. 당시 나우루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유토피아’ 그 자체였던 셈이다.

나우루의 부(富)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던 나우루 사람들은 해외 원정 쇼핑 같은 건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나 1900년 이뤄진 ‘대발견’은 그들의 삶을 180º 바꿔버렸다. 당시 호주 시드니 소재 영국계 회사인 ‘퍼시픽 아일랜드 컴퍼니’사의 지질학자가 이곳에서 양질의 인광석을 발견한 것. 인광석은 조류의 배설물인 구아노(Guano)가 수천 년간 퇴적돼 형성된 것으로, 주로 비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나우루는 섬 전체가 인광석으로 뒤덮여 있었고, 자원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영국을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등은 무차별적으로 이를 채굴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일본의 지배를 받던 나우루는 1968년 1월31일 독립 이후 인광석 채굴 주도권을 확보하고, 직접 채굴에 나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나우루 정부는 인광석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했다. 그 결과 1980년대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달했다. 모두가 갑작스레 돈방석에 앉았고,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부터 인광석 채굴량이 감소하면서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 그 와중에도 당시 정부는 여론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퍼주기식 복지를 멈추지 않았다. 정권이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나우루 정부는 1986년부터 2011년까지 25년간 총 39차례 교체돼, 수명이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나우루 공화국 어느 집 담벼락에 "신체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걸으며 대화하자" 등의 말이 써 있다. 플리커 제공
나우루 공화국 어느 집 담벼락에 "신체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걸으며 대화하자" 등의 말이 써 있다. 플리커 제공

자원을 내다팔며 누린 부의 끝은 처참했다. 90여 년간의 인산염 광산 개발로 환경이 오염돼 맑은 물은 더 이상 찾기 어려워졌고, 삶도 피폐해졌다. 서구식 생활에 익숙해진 나우루 사람들은 대부분의 끼니를 수입 냉동식품과 각종 정크푸드로 해결했다. 그 결과 인구의 94.5%가 비만 또는 과체중(세계보건기구 통계)이 됐고, 인구의 40% 가량은 당뇨병을 앓게 됐다. 최근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호주 난민을 떠안으면서 ‘야외 감옥’이란 오명도 얻었다. 현재 나우루에는 인구의 10%가 훌쩍 넘는 1,100명 이상의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대부분 호주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이다. 호주는 난민들을 위탁수용해주는 대가로 나우루 정부에 매달 난민 1인당 2,270달러(약 187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해발 700m의 바위절벽에 위치한 산마리노의 수도 산마리노. 플리커 제공
해발 700m의 바위절벽에 위치한 산마리노의 수도 산마리노. 플리커 제공

우표 팔아 사는 나라 ‘산마리노’

이탈리아 반도에 ‘바티칸’ 말고 또 다른 독립국이 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우표 판매수익이 정부 재정의 최대 수입원이라면? 이곳은 1700년 전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석공 마리누스가 세운 나라다.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 ‘산마리노 공화국(이하 산마리노)’이라 부른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에 위치했으며, 국토 면적이 서울(605.21㎢)의 약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산마리노는 1263년에 첫 공화정제를 수립했지만, 그 지위가 때때로 위태로웠다. 몬테펠트로가와 로마 교황의 보호령이 됐다가 1631년에 교황 우르바노 8세에게 독립국 승인을 받았으나, 1815년 빈 회의에서 인정을 받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국이 됐다. 그러나 1800년대 들어 이탈리아 통일전쟁으로 산마리노의 독립국 지위는 또 한 번 흔들렸다. 당시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던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이 이곳으로 숨어들었고, 주변국 중 일부가 산마리노를 비난하며 공격을 가했지만 산마리노 정부가 이들을 격퇴했다. 이를 계기로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통일 후에도 독립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산마리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화국으로,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 때의 집정관 제도를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집정관은 왕을 대신하는 국가지도자로,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같은 존재다. 로마 전통에 따라 6개월 마다 대평의회 의원 중에서 2명을 뽑는다. 이 두 사람이 매년 4월과 10월에 취임해 각각 6개월씩의 임기를 수행한다. 국방은 이탈리아가 맡아주고 있으며, 2006년 자발적으로 조직된 군대가 있긴 하지만, 국가 의전 등으로 역할이 제한돼있다.

산마리노 우표. 플리커 제공
산마리노 우표. 플리커 제공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산마리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기준 16억달러에 달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4만9,991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나라 빚도 거의 없고, 실업률도 1%대로 낮은 편이다. 주요 산업은 관광ㆍ서비스업으로, 매년 약 400만명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양을 즐긴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선 우표 판매수익이 정부 재정의 3분의 1에 달하는 큰 수입원이다. 관광홍보용으로 만들기 시작한 우표가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우체국은 매일같이 우표를 사려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 보니 범죄발생률 또한 매우 낮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도소에는 매년 10명 안팎의 수감자가 있으며 현재까지 최다 인원은 2008년 13명이다. 2011년엔 가정폭력으로 들어온 단 한 명의 수감자만 있었다니 교도소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리히텐슈타인에서 가장 유명한 파두츠 성. 플리커 제공
리히텐슈타인에서 가장 유명한 파두츠 성. 플리커 제공

대공의 나라 ‘리히텐슈타인’

리히텐슈타인은 대공이 집권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공이 허수아비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과 달리 리히텐슈타인에선 대공이 입법, 사법, 행정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며 막대한 권한을 쥐고 있다. 대공은 의회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음은 물론, 의회를 해산시킬 수도, 재판에 관여해 양형을 정할 수도 있다. 리히텐슈타인 대공의 권력은 국민들의 굳건한 지지에서 나왔으며, 높은 지지율은 대공 가문의 ‘희생정신’에서 비롯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리히텐슈타인 경제가 급격히 기울면서 굶주리는 백성들이 속출했는데, 이를 본 대공 가문이 가문 소유의 값비싼 예술품을 내다 팔면서 국가 운영을 정상화시킨 것. 사람들의 마음 속에 충성이 자리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공 가문은 국가 예산을 모두 직접 부담한다. 때문에 국민들은 물론 기업들에게도 세금 부담을 거의 지우지 않는다. 1968년부터 군대 없는 영세중립국을 선언해 국방의 의무 또한 없다. 국민들이 대공 가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명 또한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이름에서 따왔으니 명실공히 대공의 나라다.

리히텐슈타인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1980년부터 법인세율을 크게 낮춰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들였다. 국적취득이 쉽고 세금 부담까지 거의 없다 보니 외국자본들은 지주회사를 대거 설립하고 있다. 현재 수도 파두츠에만 2,00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이들은 국가 세금의 30% 이상을 부담하며 리히텐슈타인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자본의 ‘돈세탁 천국’이란 오명이 붙기도 했다.

리히텐슈타인 정부는 제조업을 중시해 인구 3만8,000여명의 작은 나라에 제조업 관련 기업만 584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종업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경제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덕분에 세계에서 6번째로 작아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별다른 자원이 없는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3,700달러에 달한다. 최근 경기가 좋아지며 국민 개개인의 자산도 크게 늘었다. 납세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0만 프랑(약 3억3,000만원)이었던 국민 평균 자산이 불과 3년 만에 42% 증가해 2014년엔 42만 프랑(약 4억6,600만원)에 달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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