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하늘을 향해 현사시나무가 곧게 뻗었다. 기지개를 켜듯 시원하다. 나무에 솟아난 어린잎에는 구멍이 나 있다. 벌레들의 공격으로 난 상처다. 미세먼지 한점 없는 이 숲도 무작정 평화로운 곳이 아닌 듯하다. ‘살아가려면 당연히 이겨 내야 하기에 요란 떨지 않을 뿐’이라고 떨리는 나뭇잎이 전한다. 현사시나무는 사시나무 떨듯 한다는 수원 사시나무와 유럽산 은백양이 얽혀서 만들어졌다. 서늘한 것을 좋아하는 사시나무는 햇볕 때문에 올라간 나무줄기의 열을 내리기 위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스스로 잎을 흔든다. 무서워서 떠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생존 전략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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