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한 쌍이 높다란 나무줄기에 앉았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방을 경계하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숲속으로 퍼져 간다. 자세히 보니 암놈의 가슴에 알이 하나 붙어 있다. 발톱으로 잡고 있는 것도 아니다. 비둘기의 진기 명기도 아니다. 고양이의 습격을 받고 둥지에서 알을 가슴에 품고 필사의 탈출을 벌인 것이다. 사람들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추앙받다 유해 조수로 낙인 찍힌 비둘기와 버림받은 길냥이가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살 떨리는 야생’의 모습이다. 과연 비둘기는 알을 지킬 수 있을까? 서울 용마산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궁금증 하나가 더 늘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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