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기자 폼페이오 3차 방북 뒷 얘기 전해
푸아그라·칠면조 등 코스요리…
“폼페이오 이튿날 아침까지 배 안꺼져”
‘혼란스러웠던 1박 2일 북한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본인 일정을 몇 시간 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깜깜이로 진행됐다. 이런 북한은 풍요와 부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
지난 6,7일 1박 2일 간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동행한 블룸버그 통신의 니컬러스 워드험 기자는 8일(현지시간) 방북 경험을 이같이 정리했다. 그는 방북 취재기에서 “게스트하우스 방마다 과일바구니에는 바나나, 포도, 오렌지, 배가 담겨있었고,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채워졌다”면서 “인터넷 속도는 빨랐고, 평면 스크린 TV에서는 BBC 방송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민 대부분이 굶주리고 있고 전기가 부족하고 인터넷 접속이나 외국방송 시청이 안 되는 북한의 현실과 대조를 이뤘다”고 첨언했다.
그는 취재진이 머문 게스트하우스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유롭게 호숫가를 산책할 수도 있었지만 감시원들이 나무 뒤에 숨어서 취재진을 지켜봤고, 게스트하우스 인근의 공사장 인부에게는 접근이 차단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북미 협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부각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워드험 기자는 “통상 취재진에게 협상 초반 30초가량 스케치를 허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몇 분을 허용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더 많이 올수록, 서로에게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지난번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식사 대접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위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 일행은 여러 코스의 식사를 했고 웨이터들은 차례로 접시를 내놨다”면서 “푸아그라, 칠면조, 완두콩 수프, 표고버섯, 수박, 아이스크림, ‘아메리칸 콜라’ 브랜드의 음료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방북 이틀째 아침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배는 꺼지지 않았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잘 차려진 아침 식사 대신에 토스트와 가공치즈 슬라이스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공항과 숙소의 이동은 미국 브랜드인 닷지 램(RAM) 밴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은 철저하게 깜깜이로 진행됐다고 워드험 기자는 전했다. 워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금요일(6일) 오전 10시 54분 평양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 일행이 묵을 속소를 포함해…”라면서 “적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악수는 확실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머문 평양 외곽의 게스트하우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애초 자신이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다”면서 “이는 30시간에 채 못 미치는 혼란스러운 방북의 출발이었다”고 전했다. 워드험 기자는 별도의 트윗에서 평양 체류시간을 27시간이라고 적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본인 스케줄을 몇 시간 전에서야 알 수 있었다”면서 “참모진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이번 방북에서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은둔의 정권과의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워드험 기자는 “북한 방문 며칠 전, 취재진은 북한 입국이 허용되는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았지만, 평양 당국자들은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던 것처럼…”이라는 말로 취재기를 마무리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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