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은 농수로에서 개구리와 우렁이가 만났다. 강원도 농촌에서 목격된 우렁각시와 개구리 왕자의 조우, 크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깨끗한 물에서 사는 무당개구리는 토종이고 논농사에서 제초를 담당하는 왕우렁이는 외국산이다. 우렁이가 독한 농약을 대신해 논의 잡풀을 없애주니 물이 맑아져 개구리가 마음껏 뛴다. 모범적인 친환경농업의 다문화 생태이다. 동면하는 국산 우렁이는 새끼를 낳고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외산은 알을 낳는다. 농민들이 매년 풀어 놓는다. 그러고 보니 작은 생명이 제 할 일 하게 해주는 농민들의 지혜가 우렁이와 개구리를 ‘친환경 농업의 전사’로 만들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여름날의 이야기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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