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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장 성공 키워드는 콘텐츠 품질이 아니라 연결성

입력
2018.09.10 20:00
수정
2018.09.10 21: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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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의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지음ㆍ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발행ㆍ744쪽ㆍ2만8,000원

▦추천사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콘텐츠 산업은 과거보다 더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급속한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좋은 콘텐츠의 창출만으로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개인들 간의 콘텐츠 공유와 상호 작용이 가능한 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책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 NH농협생명보험 제공
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 NH농협생명보험 제공

디지털 네트워크가 상품 유통망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주목 받기’와 ‘대가 받기’라는 이중고에 처했다고,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 담당 교수인 저자는 지적한다. 전자는 넘쳐나는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 내가 만든 제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의 문제이고, 후자는 저작권을 포함한 생산자 권리가 쉽게 침해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아낼 것인가의 문제다.

이러한 난제에 직면한 콘텐츠 생산자의 상당수는 ‘콘텐츠만 좋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길잡이로 삼고 상품의 기능과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진한다. ‘좋은 제품을 팔겠다’는 윤리성까지 담보하고 있기에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이러한 전통적 사업 전략을, 저자는 “제품의 품질로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는 전복적 논리로 맞받는다. 한발 나아가 품질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을 ‘콘텐츠의 함정’이라고 부르면서 반드시 피해야 할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장은 제품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비유컨대 나무(품질)만 보고 걷다간 길을 잃고 마는 숲과 같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단언한다. 콘텐츠 함정에 빠져 자기 상품에 매몰되지 말고, 제품을 통해 다른 사람(소비자), 다른 비즈니스를 연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976년 설립 이래 줄곧 ‘최고의 제품’을 표방해온 애플이 2000년대 와서야 화려한 전성기를 맞은 이유도 연결의 중요성에 눈떴기 때문이다. 애플이 80년대 출시한 개인용컴퓨터(PC) 매킨토시는 압도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PC와 함께 쓸 수 있는 범용 소프트웨어 채택을 거부하다 고립되고 말았다. 그러나 2007년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꾼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애플은 달라져 있었다. 이듬해 잘 팔리던 아이폰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동시에 아이폰 전용 소프트웨어 거래장터 ‘앱스토어’를 여는 전략을 통해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가 노니는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다.

20년 간의 연구를 통해 발굴한 사례가 가득 찬 이 두툼한 책은 사용자 연결, 제품 연결, 기능적 연결의 세 관점에서 성공 또는 실패한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분석한다. 요지는 연결에 성공하면 살고 실패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네트워크형 백과사전의 대명사 위키피디아와 경쟁자였던 인터피디아의 명암은 사용자 연결의 중요성을 제시한 사례다. 두 사이트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탄생해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다만 위키피디아는 사용자에게 다른 사용자의 콘텐츠를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반면, 인터피디아는 각각의 콘텐츠가 한 사람에 의해 생성되도록 설계됐다. 저자는 둘의 성패를 가른 이 작고도 중요한 차이의 의미를 “위키피디아가 힘을 발휘한 이유는 단지 누구나 기여에 참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여를 향상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콘텐츠의 왜곡이나 훼손을 막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라고 해설한다. 애플의 약진은 PC 시장에서 경쟁 제품을 밀어내는 ‘대체제’로 자리매김하려다 실패했던 애플이 아이폰 전용 콘텐츠라는 ‘보완재’ 생산을 모두에게 개방하며 시장을 장악한, 제품 연결의 성공 사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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