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설립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의 연내 해산 방침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8일 복수의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 강 장관이 지난달 1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고노 장관은 이에 대해 “재단 해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의 조기 일본 방문을 요청했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방일은 재단 해산 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강 장관은 재단 해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외교부는 요미우리신문 보도와 관련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중심 접근에 입각한 해결의 필요성과 함께 화해ㆍ치유재단이 사실상 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성 등을 지적하면서 재단에 대한 국내 분위기를 일본 측에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화해ㆍ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단 해산을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과 강제징용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소송 건은 삼권분립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화해ㆍ치유 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바탕으로 2016년 7월 출범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98억7,000만원)으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화해ㆍ치유재단이 한일 위안부 합의의 근간으로, 이를 해산할 경우 합의 파기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재단이 해산될 경우 한일 관계에 악영향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 미사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개국 간 공조에도 손상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에 입장을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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