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난민 송환 개시를 앞두고 강제송환을 우려하는 일부 난민들이 또다시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앞서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오는 15일 송환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13일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최난단 콕스바자르 인근 난민촌의 로힝야족 난민들이 인근의 다른 난민촌으로 도망치고 있다.
잠톨리 난민수용소의 로힝야족 지도자 누르 이슬람은 “당국이 첫 송환 대상자들을 상대로 본국행을 권고하지만, 겁에 질린 난민들은 인근 수용소로 달아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로힝야족 지도자 압두스 살람은 “첫 송환 대상자들은 대부분 인근 난민촌으로 피했다”며 “당국에 발각돼 강제 송환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촌에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72만명은 지난해 8월 본격화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작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이들이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최근 이들 난민의 본국 송환에 합의하고, 과거 미얀마내 거주 사실이 확인된 4,000여명 가운데 2,251명을 오는 15일 시작할 1차 송환 대상자로 선정했다. 로힝야족 난민은 송환조건으로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과 잔혹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미얀마에 요구했지만, 미얀마는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난민 대부분은 신변안전과 시민권 보장 없이 귀국할 경우 또다시 극심한 박해와 차별에 시달릴 것이라며 송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얀마측이 난민을 받아들일만한 여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난민들이 송환을 결심하기 전에 미얀마 측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UNHCR의 주장이다.
방글라데시 당국 역시 강제송환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송환 대상자들의 불안감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잠톨리 난민촌에서 인근 쿠투팔롱 수용소로 몸을 피한 한 난민은 “신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기도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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