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 신변안전 답변 회피
송환 대상 난민들 자국행 거부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을 피해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옮겨간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이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송환과 관련된 미얀마ㆍ방글라데시 정부 사이의 논의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로힝야족의 조기 귀향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19일 아불 칼람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구제ㆍ송환 담당 국장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며 “(난민 송환에 관한) 논의는 선거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칼람 국장은 이 발언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이후 정정했지만, 총선일이 내달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관련 논의는 현실적으로 연내 시작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특히 칼람 국장은 “난민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민권 문제에 관해 미얀마 측이 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향후 송환 논의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서 로힝야족들은 미얀마로의 송환 전에 미얀마 정부에 시민권 및 신변안전 보장, 학살 책임자 처벌 및 잔혹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공식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송환 대상 난민들은 미얀마행을 거부해 왔다. 양국이 합의한 송환 개시일인, 지난 15일 이후 지금까지 귀환 희망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 개시일이던 지난 15일에는 1,000여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이 오히려 방글라데시 운치프랑 난민수용소에서 귀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도 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 송환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합의했지만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에서 로힝야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송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얀마 군경에 의한 로힝야족 피해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전날 서부 라카인주 주도 시트웨 인근 아 나욱 예 내국 난민촌(IDP)에 20여명의 무장 경찰을 파견했다. 최근 로힝야족 난민 100여명을 태운 채 양곤 인근 해역에서 적발된 선박의 소유주 검거 작전 일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이 부상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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