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흥행 대박’이 터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쩌면 일러주는 것은, 아니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대중의 승리’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대중은 바로 우리 일반 음악인구를 말하며, 대치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평단’이다.
영화의 주인공 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평단과 질긴 악연을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0~80년대 활동기간 내내 비평가들과 언론의 악평에 시달렸으니까.
영화에서도 살짝 비쳐지지만 1975년 기념비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되어 인기차트를 강타했어도 평자들은 한사코 ‘그저 그런 노래’ ‘과장된 악곡’ ‘슈퍼마켓 록’이라며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레전드’로 추앙받는 가수 중에 퀸처럼 리즈 시절 ‘대중의 반응’과 ‘평단의 시선’이 극단적으로 대립한 경우는 정말 드물다. 록이 위용을 과시하던 시절에 난데없이 클래시컬 오페라를 동원, 왠지 사이비 같은 느낌을 제공하는 등 음악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들의 시각에 퀸의 음악과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은 ‘록 정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극도의 홀대에는 프레디 머큐리가 페르시아 계의 아시아 혈통이란 점도 부분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서구의 록은 그때 만해도 ‘앵글로색슨’ 또는 은밀하지만 ‘유태계’ 중심의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바로 여기서 프레디 머큐리의 ‘인간승리’ 요소가 개입한다. 사회적 고정관념과 불평등을 이겨낸 승리, 비주얼 측면에서도 앞니와 목젖이 튀어나온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음색이 바뀔까봐 수술을 거부한 사실, 조금의 음악교육 없이 독학으로 음악적 상승을 꾀한 점 등등은 기억할 만한 대목들이다.
앞서 ‘보헤미안 랩소디’ 외에 ‘섬바디 투 러브’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아 더 챔피언스’ ‘크레이지 리틀 씽 콜드 러브’ 등 역사적 명작을 무수히 남기고 관객 동원의 신기록을 쓰는 등의 ‘대첩’을 거둔 것은 빼어난 음악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음악과 공연(1985년 라이브에이드 때 부른 ‘라디오 가가’의 장관을 보라) 때문에도 영화를 본 젊은 세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20세기 전설적 인물의 상당수가 팝과 록의 스타들이라고 한다. 이 얘기는 앞으로도 뮤지션의 일대기를 드라마화한 ‘음악영화’가 줄을 이을 것을 가리킨다.
우리도 다를 게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 흥행을 도모할 수 있는 한국 대중가수는 누구일까.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사인(死因)이 논란을 부르는 김광석, 역시 사인을 두고 법적 다툼이 일었던 듀스의 김성재, 파노라마의 삶을 산 김현식, 사단을 만들어낸 유재하 등등 모두가 만들기에 따라서 다큐가 흥행작이 될 수 있는 고인들이다.
더 시계추를 과거로 돌려 병마와 싸우다 간 배호와 김정호도 관심을 자극할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샤이니의 종현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국내 가수들은 과거 평단의 존재가 미약했던 탓인지(지금도 그렇지만) 퀸 같은 ‘대중과 평단의 대치’ 같은 요소는 없다. 우리는 음반제작의 성패가 바로 대중의 심판으로 직결되어 전문가나 평론가의 시선이 주도적으로 거들지 못했다. 평단의 권위를 누른 대중의 승리니 하는 표현을 쓸 계제가 못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다른 눈으로 보면 우리는 가수의 위상에 대중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과 관련한 주제로 접근하면 ‘보헤미안 랩소디’가 될 가수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도 가수를 다룬 음악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