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ㆍ치유재단’을 해산한다. 이로써 1년 넘게 ‘식물재단’ 상태로 유지되던 상황은 종결됐지만 가장 복잡한 문제인 일본 정부가 출연한 위로금 10억엔(약 100억원) 처리 방식은 과제로 남았다.
여성가족부는 21일 화해ㆍ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외교부와 함께 재단 처리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 협의 등을 진행했다”며 “재단을 둘러싼 현재 상황과 그간의 검토결과를 반영해 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재단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설립된 화해ㆍ치유재단은 당시 ‘피해자가 빠진 합의’라는 반발에도 2016년 7월말부터 업무를 시작해, 지난해 6월까지 생존피해자 47명 중 34명(2017년12월27일기준)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단에 대한 점검ㆍ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사실상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정부는 올해 1월 정식으로 재단 처리방안을 곧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외교적 문제가 얽힌 사안의 특성상 여태까지 답을 내지 못하고 끌어왔다.
이번 해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법적 절차가 공개된 것은 여전히 없다. 청문 등 관련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한 여가부는 재단 잔여기금 57억8000억원(10월말 기준)과 올해 7월 편성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원에 대해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계획안만 내놓았다.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관련 외교적 조치를 함께 취하겠다는 설명이다. 재단 해산으로 방향을 잡은 후 정부가 일본 정부 출연기금을 대체할 예비비(양성평등기금 사업비)부터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10억엔 반환 여부 등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아래 재단 해산을 추진하게 됐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ㆍ존엄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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