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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김정은 연가’ 여과없는 인터뷰보다 격 떨어지는 질문이 더 문제

입력
2018.12.12 04:40
수정
2018.12.12 08: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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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1 ‘오늘밤 김제동’ 비난 쇄도 

 ‘진짜 좋나’ 수준 낮은 질문 너무해 

 김제동, 고액 출연료 조리돌림은 

 본질 외면하고 변죽만 울리는 격 

지난 4일 KBS1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21세기 김정은 연가 울리나?’라는 주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단체의 수장을 인터뷰해 논란이 됐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일 KBS1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21세기 김정은 연가 울리나?’라는 주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단체의 수장을 인터뷰해 논란이 됐다. 방송화면 캡처

방송인 김제동(44)이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그가 진행을 맡은 KBS1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의 단장과 인터뷰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나는 김 위원장의 팬”이라는 등 거침없는 표현들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고,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지난달 19일에는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누구냐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계정 소유주로 지목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법률대리인만 인터뷰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편향 방송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야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라인’이 폐지된 시간대에 확대 편성된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특혜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최근 문제적 인물로 부상한 김제동과, 낮은 시청률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오늘밤 김제동’을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짚어봤다.

양승준 기자(양)= “4일 방영한 ‘오늘밤 김제동’에서는 ‘21세기 김정은 연가 울리나’라는 주제로 ‘위인맞이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을 인터뷰했다. 약간 위험한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연가’라는 표현이 이 시점에서 합당한가 싶다. 얼마 전 EBS도 ‘김정은 종이인형’ 논란으로 문제가 됐었다. EBS에 이어 공영방송 KBS까지 연달아 김정은을 위인화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어 문제가 있다.”

김표향 기자(김)= “어떤 사람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건 취재하는 사람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인터뷰 대상 선정이 부적절했다고 본다. 선정 자체에서 방송의 지향 내지는 편향성이 드러나는 거니까. 그렇다고 야당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건 구태의연하다. 여당이던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야당이 내놓은 비판으로선 온당치 못하다.”

강은영 기자(강)= “인터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고 나서 제작진의 가치 판단은 잘못됐다. 2분의 인터뷰 영상을 꼭 방송에 넣어야 했을까. 제작진은 영상에서 딱 4가지의 질문을 한다.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했을 때 반응은’ ‘김 위원장 진짜 좋아하는가’ ‘북한의 3대 세습, 인권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에 가서 살고 싶은가’였다. 공영방송으로서 격이 떨어지는 질문이었다. 선정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 “단장이라는 사람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 박근혜(전 대통령)도 대통령 되고’라며 남북 정치를 동일시 한 내용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다. 논리 비약이 심한 발언을 생중계하듯 다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김 위원장과 관련 반대편에 있는 단체도 소개하거나 중립적인 단체의 입장도 들었으면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강= “이 인터뷰는 ‘김정은 환영단 논란,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놓고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토론을 벌이는 중간에 나왔다. 영상을 본 뒤 두 정치인은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김제동도 북한 세습과 박 전 대통령을 동일시 하는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민주 선거에 의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한 사례’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편향적이지 않았다.”

‘오늘밤 김제동’은 ‘위인맞이 환영단’의 단장 김수근씨가 발언한 “나는 김 위원장의 팬” 등 거침없는 표현들을 그대로 방영했다. 방송화면 캡처
‘오늘밤 김제동’은 ‘위인맞이 환영단’의 단장 김수근씨가 발언한 “나는 김 위원장의 팬” 등 거침없는 표현들을 그대로 방영했다. 방송화면 캡처

양= “지난달 19일 방송도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변호사만 인터뷰했다며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경찰이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던 터라 김씨를 변호하는 쪽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반드시 편파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강= “정작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 4일 방송에선 ‘미국 CIA 센터장 극비리 방한’을 첫 소식으로 내보냈다. 극비 방한에 대한 담당 PD의 말이 문제였다. ‘북미회담이 계속 지연되고 있고, (중략) 교착상태다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라 했다. 근거가 약한 일방적인 해석이라 ‘청와대 대변방송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은 이 부분은 언급도 안 했다. 방송을 제대로 보기는 했나 의문이 든다. KBS 내 간부 출신 등 장기근속자 중심의 보수성향 소수노조인 공영노조의 주장에만 기대 방송을 비판하는 것 같다.”

김= “김제동이 논란이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가 캐스팅 되고 일일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일각에서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다.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제동이 회당 350만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다며 출연료까지 도마에 올랐다.”

강= “김제동을 두고 ‘오늘밤 김제동’의 시청률이 2%대로 낮고 KBS에 기여한 것도 없는데 고액 출연료를 받는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따지고 보면 김제동의 출연료는 고액이 아니다. 방송가에서 받는 몸값의 절반도 못 받고 출연하는 것으로 안다. 지금 KBS에서 1%대 시청률을 내면서 500~1,000만원 이상의 고액 출연료를 받아가는 연예인들이 넘쳐난다. 그럼 그들도 다 내쫓고 프로그램도 폐지해야 하나.”

양=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김제동은 모든 방송에서 사라졌었다. 갑자기 KBS에, 그것도 뉴스프로그램을 밀어내고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한다고 하니 더 표적이 된 듯하다.”

김= “김제동이 정치적 표적이 돼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부터 정치적 소신을 자유롭게 얘기하던 모습을 높이 평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양= “지난 10년간 공영방송 KBS MBC에서 시사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었었다. 정권이 바뀐 뒤 재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KBS도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다. 심야에 매일 생방송으로 ‘오늘밤 김제동’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한다는 건 새로운 시도다. 연성화 비판도 있지만 위험 관리를 잘해서 좋은 의도나 목적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강= “지상파 방송이 주춤하는 사이 종편은 토크쇼 형식의 시사프로그램으로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오늘밤 김제동’은 종편의 시사프로그램 포맷과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은 달라야 한다. 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 제작진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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