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희망한다
전문가들 “법으로 먼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아이들의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먼저 ‘아동주거복지 개념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쾌적한 주거생활 보장이 헌법에 명시될 만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인데, 2015년 10월 시행된 주거기본법에는 ‘아동’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임대주택 우선 공급이나 주거비 지원 등 복지 대상이 되는 주거약자로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이 규정돼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관련 법에서 아동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독립된 인격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컨대 공공임대주택은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 호주 등이 자녀 숫자와 상관없이 부양아동 유무를 기준으로 삼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인정하듯, 아동은 주거빈곤에 처하면 생존권과 발달권이 침해 받아 전체적인 인권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고 장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방 수, 면적, 필수설비, 구조성능 등 최소한 보장받아야 하는 ‘최저 주거기준’에 대한 우리네 인식이 아직은 희박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급여 대상 선정 과정에 지역과 인원만 따질 뿐, 해당 가구에 아동이 있는지, 그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적정 침실 확보’는 가능한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주거복지 관련 법에는 실효성, 강제성이 없다”라며 “영국에선 ‘아동이 열 살이 넘어가면 이성의 부모와 같은 방을 쓸 수 없다’는 기준을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하고, 지속적으로 어기면 결국 퇴거 조치를 당한다”고 소개했다. 기준의 모호성도 문제다. 최 소장은 “‘채광 환기가 적절해야 하고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기준 탓에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도 기준 미달이 아닌 상황이 발생하고, (아이들을 그런 곳에 지내게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기의 신체 정서 인지 발달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므로,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이나 차별을 겪은 사람은 청년 성년 노년까지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거빈곤 아동에 대한 대책 마련은 당면과제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든든히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관계자는 “아동의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주거복지를 펼쳐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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