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노혜진씨 당선 소감
눈이 내렸습니다. 택배 상자를 여니 작은 담요 두 개에 싸인 프린트기가 있습니다. 상자 몇 개로 구성된 저의 이삿짐, 그 마지막 상자가 도착했나 봅니다. 급히 요청한 것은 아니니 보내는 사람 자유의 선택이었을, 덤인 것 같아요. 이 프린트기로 출력을 했고 걸었고 무인우편창구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을 보존하고 싶습니다. ‘잠은 어떻게 자는 것이었더라?’ 잠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김소연 선생님을 만나 시를 쓰던 시간 너무 소중합니다. 이만교 선생님을 만났고 시를 알게 된 그 여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곳이 그리울 때면 이 기쁜 소식을 알리는 상상을 했습니다. 정말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 시를 다정하게 토닥여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일보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시를 말하고 시로 놀던 문우들 즐거웠어요. 또 만나요.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친구들, 지인들 보고 싶었습니다. 친척과 특히 따뜻한 이모 감사해요. 쓰는 것에 대해 가끔 간결한 말로 지지를 보내준 동생아 고마워. 순수했던 아빠에게는 언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겠습니다. 독특한 벗, 엄마에게 흘러넘치는 사랑을 드립니다.
지금쯤 1월 1일이 제게 와 주어 고맙습니다. 주로 일하고 남은 시간을 엮어 읽고 쓰고 휴식하던 시간들. 빠른 결과를 바라기도 하는 세상에서 아주 천천히 쌓여 가는 문학의 여정에 대한 이해를 바라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묵묵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썼습니다. 이상하게 끝날 것만 같던 저의 이상한 시간들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말 못하는 시가 수년 동안 침묵을 견디다 겨우 저에게 한 문장을 건넨 것 같은 사건입니다. 시도 그간 저에게 무척이나 말 걸고 싶었던 것 맞죠? 영원히 읽으면서 영원히 쓰고 싶습니다.
노혜진
△ 1977년 광주 출생
△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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