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수상작 ‘한반도 화교사’의 이정희 인천대 교수
“한국 내 화교 문제는 외국인 문제의 원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상대를 잘 알아야 하는데 사실에 근거해 이를 전달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수상작 ‘한반도 화교사’(동아시아)는 저자인 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가 20여년간 천착해 온 화교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룬 역작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있는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근대 이후 한국에서 살아온 화교의 역사, 문화, 경제, 사회 등을 연구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1999년 영남일보 기자 시절 재일 한국인의 차별 문제를 취재하다 화교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됐다. 화교 청소년을 취재하면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가 ‘한국인이 너무 싫다’는 증오 섞인 답변에 직감적으로 화교 문제를 다뤄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일본 교토부 후쿠치야마 공립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화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구하면 할수록 참담했다.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언급하길 꺼려했고, 관련 자료는 흩어져 있었다. 그는 “화교 문제는 중국, 조선, 일본 등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재한 중국 총영사관이 남긴 문서를 시작으로 조선 정부의 화교 정책, 조선총독부의 외교 문서 등을 뒤지며 ‘자료와의 전쟁’을 치렀다”고 했다. 그는 “중국을 잘 몰라서, 혹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양국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며 “알면 알수록 학자로서 양국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실마리라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답을 찾았을까. 그는 “근대부터 화교에 대한 인식이 왜곡됐다”며 “중국이 쇠퇴하고, 일본이 한반도를 통치하면서 ‘잘 나가던 중국도 저렇게 망한다’라는 인식이 퍼졌고, 중국에 대한 경멸의 시선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에 온 화교들이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적 신분이 낮았고, 이들이 한국인의 경제권을 위협한다는 두려움에 화교를 더욱 배척했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와 일자리 등의 문제로 젊은 세대에서조차 화교에 대한 시선이 차갑다. 그는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한국 학생과 화교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제가 안 좋고, 사회에 희망이 없을수록 외국인을 혐오해 대리 만족하는 경향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을 배우려는 열망도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화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다면 한국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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