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즘 시대의 한류] <1>일본-문학으로 지평 넓히는 한류
日 한국문학 전문출판사 김승복 대표 “한류 지속 위해 번역가 양성 시급”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한국어 번역가 양성이 시급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현대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복 대표는 5일 “일본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한국문학의 인기를 지속하려면 이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K팝 열풍에 힘입어 대중문화를 벗어나 문학과 같은 순수문화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2017년부터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번역 콩쿠르’를 주최하고 있다. 한국소설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신인 번역가 발굴을 위한 것으로,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를 1회 콩쿠르의 과제로 제시했다. 총 212명 응모자 중 75%가 일본 거주자였지만 한국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도 예상치 못한 호응에 놀랐다고 한다.
콩쿠르를 통해 선발된 수상자 3명이 번역한 초본을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등을 일본어로 번역한 요시카와 나기(吉川凪)씨 감수를 거쳐 올해 일본어판으로 출간했다. 이달까지 응모를 받고 있는 2회 콩쿠르 과제 작품은 정용준 작가의 ‘선릉 산책’과 백수린 작가의 ‘고요한 사건’이다.
김 대표는 “전문 번역가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닌 만큼 호흡이 길지 않은 단편 작품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수상은 못했지만 응모자들을 한국문학 행사에 초대하고 관계를 맺어오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2년생 김지영’의 높은 인기가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의 위상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어판 출간에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들 대부분이 오랜 역사의 중견 출판사들이란 점도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출판사들이 한국문학 시리즈를 내놓는 것은 그만큼 한국문학의 작품성과 상품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개된다면 일본 독자들이 따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40~50쪽 분량의 단편소설을 한국어 원본과 일본어 번역판을 함께 담아 시리즈로 발간했다. 이기호 작가의 ‘원주통신’ 등 총 5편의 단편소설들을 선별했는데, 책 표지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한국어로 낭독해주는 유튜브 페이지로 연결된다. 그는 “한국어를 갓 공부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시도”라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 다양한 시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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