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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공동제작 한다면 한류 확대 가능성 충분”

입력
2019.01.09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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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리즘 시대의 한류] <3>동남아-영역 넓히는 실험과 도전 

 인터뷰 응우옌 티 땀 한국북조선연구소 소장 

베트남 동북아연구원의 응우옌 티 땀 한국북조선연구소장이 베트남 내 한류의 발전 배경과 한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베트남 동북아연구원의 응우옌 티 땀 한국북조선연구소장이 베트남 내 한류의 발전 배경과 한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베트남 동북아연구원 응우옌 티 땀(44) 한국북조선연구소장은 동남아에서 한류가 지속 가능한 고급 문화 흐름으로 발돋움하려면 “각기 다른 민족감정을 고려한 세밀한 접근과 현지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땀 소장은 2003년부터 7년 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베트남 내 대표적인 한국학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 등 동남아에 퍼진 한류가 상류층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류 자체의 문제다. 아직 10, 20대를 주 소비층으로 하는 대중문화에 그치고 있다. 눈과 귀를 자극해 단시간에 사람들을 흡입하지만 또 흥미가 떨어진다.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노래와 영화가 한국에도 있지 않나. 그런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소개해야 한다.”

_유입된 한류의 수준이 높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K팝을 예로 들자. 대부분이 립싱크다. 아이들이 음악 공연을 가는 것을 어른들은 장려하지만 K팝 공연에 간다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는다. 꾸옥 쩡(베트남의 유명 음악감독)도 K팝에 음악적 가치를 높게 부여하지 않는다. 베트남의 문화 수준을 오히려 끌어내린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_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나.

“베트남에 들어와 있는 인도, 중국, 러시아, 일본의 문화는 베트남의 종교인, 정치인, 전문가 등 지도층이 가져와 보급됐다. ‘톱다운’ 방식으로 안착한 문화다. 그래서 대중문화 아닌 고급문화가 먼저 들어왔다. 엘리트들이 가져온 문화는 더 깊이 오래 남는다.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돈을 주고 본다. 유료 K팝 공연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문화의 주 소비층은 여성, 젊은이들이다. ‘보텀업’ 방식이다. 사회적 영향력, 파급력이 약하다. 지속적으로 ‘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_반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CGV, 롯데 등 베트남 진출 한국 상영관들이 베트남 전통 설화가 바탕인 가족이야기 영화 ‘떰깜(Dam Cam)’에 높은 상영 수수료를 요구했을 때 큰 반발을 샀다. 베트남 문화 계승에 도움이 되는 영화였지만 한국 자본이 이를 외면한 것이다. 영화 문화계 반발이 심했고 이런 상황에서 진출 한국기업들이 늘자 대학 교수 등 지식층, 언론에서는 ‘문화적 습격’ ‘침략’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결국 한류의 장점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식의 결론으로 마무리 됐지만, 현지 문화 존중 자세가 필요하다.”

_현재의 한류가 유지, 확대될 가능성은.

“확대 가능성 충분하다. 박항서 감독의 축구에서 보듯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은 전문적이다. 드라마, 노래, 영화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간다. 한국에서 만든 상품을 보내지만 말고, 그 전문가들이 여기 와서 같이 만들면 좋을 것이다. 함께 만든 작품이 국제대회에서 수상이라도 하면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성과가 될 것이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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