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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참패에 ‘노딜’ 성큼… 브렉시트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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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참패에 ‘노딜’ 성큼… 브렉시트 ‘시계 제로’

입력
2019.01.16 17:55
수정
2019.01.16 22: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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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브렉시트 합의안, 영국 하원서 최다 표차로 부결

‘노딜’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 메이 “플랜B 논의 시작”

15일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15일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3월29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시한 EU와의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승인 투표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됐다. 하원의원 634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찬성표는 202표에 그쳐 반대(432표)보다 무려 230표나 적었는데, 영국 의정 사상 다수당 내각 정부가 제시한 안건이 의회에서 200표 이상의 차이로 패배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른바 ‘백스톱(backstopㆍ영국의 임시적인 EU 관세동맹 잔류)’에 대한 영국 내 반발이 워낙 거셌던 만큼 부결 자체는 애초부터 예상됐던 결과다. 그렇다 해도 이 같은 ‘역대급 참패’로 메이 총리는 16일 저녁 불신임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 생명이 위협받게 됐고, 향후 브렉시트 정국도 ‘시계 제로(0)’ 상태에 빠지게 됐다. 영국 BBC방송은 “메이 총리에겐 악몽과도 같은 결과”라고 했고, 가디언도 “영국 의회, 나아가 국가가 최소 며칠간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의 앞날과 관련, 아직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등 혼란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높아져

이번 승인 투표 부결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상황에 대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한 상태에서 EU와 전면적인 관계를 단절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경제는 물론, 사회 각 부문에 커다란 충격파를 안길 게 뻔하다. ‘질서 있는 탈퇴’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메이 정부와 EU 모두 피하고 싶은 옵션이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도 없고, 이를 마련할 시간조차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BBC는 “영국과 EU의 관계가 아무런 ‘과도기적 이행’ 없이 갑작스럽게 파열됨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이 정부도 내부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하나의 옵션으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의 플랜B… 21일까지 의회 제출해야

아직은 좀 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이 정부의 ‘플랜 B’에 대한 의회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영국 정부가 의사 일정 규정에 따라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21일까지 대안을 제시하면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부결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의회 내의 각 당 지도부와 ‘건설적 정신’으로 논의를 즉시 시작해 하원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 발언은 16일 저녁(현지시간) 치러진 불신임 투표에서의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불신임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영국 의회가 관련 사항을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EU와 재협상? 2차 국민투표?

문제는 ‘플랜 B’가 어떤 내용일지 전혀 알려진 게 없다는 점이다. 일단은 EU와의 재협상 시도, 새로운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회를 해산해 총선을 실시하고 그 와중에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함께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모두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EU가 합의안 부결에 우려하면서도 “재협상은 없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한 게 결정타가 됐다. 2차 국민투표 역시 관련 절차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따져볼 때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시방편으로 ‘브렉시트 시행 연기’를 전망하는 시선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구는 지금까지 없다”면서도 “만약 영국 측이 연기해야 할 이유와 함께 이를 요청하면 EU 27개국이 만장일치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타당한 사유를 제시할 경우, EU 측도 영국의 탈퇴를 늦추는 데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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