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플랜B’를 내놨다. 이번 플랜B는 지난 15일 승인투표에서 하원이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날 BBC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세 가지 변화를 약속했다. 우선 의회의 목소리에 융통성 있고 열린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진행될 EU와의 미래 파트너십 협상 과정에서 의회에 더 많은 발언권을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협상 관련 정보를 의회에 신속하고 자세하게 공유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메이 총리는 또한 브렉시트 이후 노동자들의 권리와 환경기준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고, 메이 총리는 노동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반발을 샀던 ‘안전장치(백스톱ㆍbackstop)’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면서도 의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영국과 EU는 앞서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의 안전장치를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일단 작동하고 나면 영국이 언제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메이 총리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뼈대로 브렉시트 계획안을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원의원들은 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으며, 토론을 거친 뒤 29일 표결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 메이 총리는 플랜B를 제외한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가장 좋은 방법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합의안 통과를 촉구했다. 또 브렉시트에 대한 제2국민투표, EU탈퇴시점 연기 요구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결정 시점을 늦출 뿐이라며 거부했다.
이와 관련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 부결 결과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며, 초당적 논의는 '사기'(sham)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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