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논의했지만,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재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신 양측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추가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동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문 내용 중 논란이 된 안전장치를 다른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융커 위원장은 ‘안전장치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의 안전장치를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영국 하원은 이를 문제 삼으며 지난달 15일 합의문 승인투표를 부결시켰고, 같은 달 ‘브렉시트 플랜B 투표’에서 안전장치 규정에 대해 재협상할 것을 결정했다.
안전장치 재협상은 어려워졌지만, 융커 위원장은 지속적인 협의를 약속했다.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회동 이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융커 위원장은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에 대해선 그 내용과 속도를 더 야심 차게 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안정장치가 포함된 합의문을 고치는 대신, ‘미래관계에 대한 정치선언’의 내용을 수정해 영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날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도 만나 그의 최근 발언이 “도움이 되지 않았고, 큰 실망만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전날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에게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영국 정치권의 반발을 샀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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