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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구속ㆍ전병헌 불구속… 형량 상관없이 법정구속 ‘들쭉날쭉’

입력
2019.02.25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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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흔들리는 재판, 위기의 사법부 <1> 복불복 법정구속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삼심제 재판은 하급심 판단의 오류 가능성이 전제다. 법관의 판단도 때로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항소와 상고를 통해 구제받을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때문에 2심의 판단이 1심과 다를 수 있고, 상고심에서 원심이 뒤집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은 심히 우려스러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세월호 당일 청와대 문건 공개 재판에서 심급별 판단이 널을 뛰었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실형의 강도와 상관없이 법정구속이 엇갈렸다. 재판부의 서로 다른 사실판단으로 1심과 2심에서 유무죄가 뒤집히고 법정구속은 기준도 없이 제각각이다 보니 ‘복불복 재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사고와 관련해 의료진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불신이 사법 판단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법원의 걱정스러운 판결들은 사법부 적폐 청산과 맞물리면서 사법부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재판에 정치권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사법 불신을 부추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흔들리는 법원 분위기를 통해 사법부의 위기상을 조명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해법을 모색해 봤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는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반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도 불구속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법정구속이 형량의 경중과 무관하게 기준도 없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법정구속은 그야말로 ‘복불복 판결’이라는 말이 법원 주변에 파다하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나 법정 구속을 판단할 때 대체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 김경수 지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법정에서 구속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군 부대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의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나 전병헌 전 수석의 재판은 사유가 달랐다. 두 재판을 모두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 김태업)는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항소심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속이 능사가 아니며 항소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댔다.

법원의 입장에서는 형량의 경중이나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 모두 법정구속의 확고한 기준이 아닌 셈이다. 이러다 보니 법정구속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직인 김경수 지사 구속을 두고 과거 사례가 비교 대상에 오르고 있다. 2016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 1심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불구속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여부 판단에 지나친 재량이 부여돼 예측가능성이 낮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법정구속의 기준은 없는 것일까. 법원 예규는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실형의 경우 법정구속이 원칙인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라는 ‘특별한 사정’은 불구속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정구속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서도 법원 예규의 엄정한 적용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된 피고인은 2015년 9,962명에서 2017년 1만1,156명으로 12% 증가했다. 반면, 구속된 상태로 1심에 넘겨진 피고인은 2015년 3만3,224명에서 2017년 2만2,044명으로 34% 급감했다. 이는 ‘불구속 수사’ 원칙 강조로 인신 구속에 대한 판단이 영장판사가 아닌 심급별 판사의 몫으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실형 선고시 법정구속’이라는 관행에 따라 구속 판단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법정 구속을 강화하는 법원 기류에 대한 반론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다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구속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제약이 심각하기 때문에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하다.

문제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이현령 비현령’ 식으로 법정구속을 판단하면서 사법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사건에서 불구속은 합의 가능성이 있거나 유무죄 판단이 어려운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이라면서 “정치적 사건은 아무래도 여론에 의해 좌우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방법원 한 판사는 “애초 불구속 결정은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에게 한정된 특혜였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에서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일반사건에도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복불복 법정구속

2. 널뛰는 1ㆍ2심

3. 법감정 외면한 판결

4. 위기 진단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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