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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초중고로 확대되는 위클래스… 정작 필요한 특수학교엔 왜 없나요

입력
2019.03.26 04:40
수정
2019.03.26 10:1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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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22> 긍정적 행동 지원을 위해 필요한 ‘위클래스’

[저작권 한국일보]특수학교에도 상담교실을 개설해 주세요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특수학교에도 상담교실을 개설해 주세요_김경진기자

전국 대다수의 초중고교에는 ‘위클래스(Wee class)’가 있다. 위클래스란 쉽게 설명하면 상담 교실이다.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학교안전망구축사업(Wee project)’의 일환으로 정서불안, 대인관계 미숙, 학습 무기력, 따돌림, 비행 등으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개설된 상담 교실이다.

전국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되고 있는 이 사업에서 유독 특수학교만은 열외로 돼 있다. 상담 교실은 어쩌면 특수학교에 더 필요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다만 특수학교의 상담 교실은 일반학교에서 진행되는 상담과는 그 내용이나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많은 수가 도전적 행동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상주할 필요가 있다.

◇일반학교 위클래스 활용법

비장애인 딸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학교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눈에 보였다. 마냥 어린 1학년 때와 달리 학교에서도 ‘형님’이 되었고, 그에 걸맞게 학업 수준도 높아졌으며, 교실 안 분위기도 더욱 엄격해졌다.

짜증이 늘어가는 딸을 보면서 학부모 상담 때 담임 선생님에게 건의를 했다. 위클래스에서 하교 후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의 문제’가 터져 나온 후에야 다급히 정신과를 찾거나 심리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곤 하는데 사실 심리 상담이라는 건 늘 가까이 곁에 두고 활용할수록 좋다.

담임 선생님도 이 같은 내 뜻을 받아들이셨고, 딸은 매주 한 번씩 하교 후에 위클래스 교실을 찾아갔다. 담임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닌 온전히 자신을 지지해 주는 상담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딸은 학교와 가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었고 즐거운 2학년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학교 부적응 학생만이 아닌 일반 학생들도 위클래스를 얼마든지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딸이 직접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도전적 행동을 긍정적 행동으로 지원

일반학교에서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는 위클래스. 특수학교에도 있다면 더 알차게 활용될 수 있다.

위클래스의 본래 목적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수학교에선 저마다의 장애 특성에 따라 제각각 어려움을 겪는 지점이 다르고, 이들이 한 교실 안에 어우러지게 되었을 때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특수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라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교실 안에서 실질적으로 마주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도전적 행동(모든 문제행동을 포괄하는 말)’일 것이다. 자해와 공격 행동을 포함한 모든 도전적 행동은 학생 자신뿐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학교 생활도 힘들게 한다.

이 때문에 특수교육에서는 도전적 행동이 나오는 원인과 환경적 요소를 분석해 해당 행동을 긍정적 행동으로 전환하게 돕는 ‘긍정적 행동 지원’이 큰 과제다.

이를 위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장애 학생들의 긍정적 행동 지원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긍정적 행동 지원 프로그램을 원하는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기도 하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행동 지원 전문가단을 운영해 각 학교와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긍정적 행동 지원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나름의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고 연속성이 없다 보니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학교에 위클래스가 필요한 이유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긍정적 행동 지원을 위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이 적다. 작년까진 1,000만원 정도 지원받는 곳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 정도까진 지원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현재 입장이다.

사실 1,000만원이라 해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지원받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학교 재량인데 교사 교육에 비용을 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전문가를 초빙해 도전적 행동이 강한 학생의 컨설팅을 맡기는 식으로 예산을 사용하곤 한다.

이런 상황이라 1,000만원을 지원받아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학생은 몇 명에 불과하며, 올해는 긍정적 행동 지원 대상이었다가도 다음 해가 되면 다른 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해 연속적인 교육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결국 교육청 차원의 긍정적 행동 지원이 실제 교실 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으므로, 도전적 행동이 있는 학생을 맡게 되면 그때부터 모든 책임은 특수교사 개인의 몫이 된다. 그런데 특수교사는 행동 중재 전문가가 아니다. 특수교사는 특수교육을 하는 사람들로, 대학 때 행동 수정에 관한 수업도 듣고 교사가 된 후에도 교사 연수나 개인 공부 등을 통해 이 부문을 보강, 수업 시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행동의 전환을 꾀하기보다는 일단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데 치중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학생의 도전적 행동이 오히려 더욱 심화(강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하다. 특수학교에서의 위클래스. 학교 내에서 ‘자체 솔루션’을 만들어 도전적 행동이 있는 학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교사들도 노하우와 경험,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특수학교가 있는 목적 중에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문화된 맞춤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일반학교가 아닌 특수학교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이런 경우 위클래스에 상주하는 상담 교사는 일반 심리 상담 전문가가 아닌 행동 중재 전문가여야 하고, 나는 그 역할을 작업치료사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작업치료는 모든 행동을 작업(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그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도전적 행동이 나타나면 그 원인을 찾아가는 식으로 솔루션을 풀어나간다. ‘문제 행동’으로 먼저 규정짓고, 문제 행동을 소거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여타의 치료와는 ‘행동(활동,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부터가 다르다.

어쩌면 의사소통의 문제였을 수도 있고, 감각의 문제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한 일이었을 수도 있는 행동도 ‘문제’로 낙인 찍고 바라보면 문제 행동이 된다. 이런 일은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비일비재하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긍정적 행동 지원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이를 실현시키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각 특수학교마다 자체적으로 긍정적 행동 지원 솔루션을 갖추는 이상적인 그림이 현실화되려면 일단 일반학교에만 개설돼 있는 위클래스가 특수학교에도 개설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클래스에 상주할 전문인력, 그러니까 작업치료사를 확보하기 위해 작업치료사협회는 자체적으로 별도의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작업치료사가 치료실 밖에서도 대가를 받고 활동할 수 있도록 법도 개정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을 진행하기 위해 재정당국에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주어야 한다.

위클래스가 일반학교에 개설된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학교 생활 부적응 학생을 돕겠다는 발상은 단지 학교 생활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학생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왔을 때를 대비해 학창시절부터 미리미리 사회적 적응을 돕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장애가 있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장애 학생도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로 나간다. 학교 내에서의 도전적 행동이 당사자와 주변의 학교 생활을 힘들게 한다면, 그것이 해당 학생의 성격으로 굳어버리기 전인 학창시절부터 지원을 통해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도전적 행동이 있는 장애 학생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학교 전체는 물론 나아가 사회에서 만나게 될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류승연 작가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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