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핑을 하다 보면 원치 않는 선택을 할 때가 많다. 비비 꼬인 안내 문구 때문에 원래 의도와 정반대인 쪽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을 한다거나, 특정 단계에서 ‘예(Yes)’라고 답하지 않으면 다음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바람에 별생각 없이 동의를 하게 되는 경우다. 부지불식간에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관심 없는 단체의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사용자 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다. 그런 선택을 유도하는 교묘한 속임수를 집어 넣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이다.
미국 정치권이 거대 정보기술(IT)기업의 다크패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이 함정 설계를 통해 가입자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상원 마크 워너(민주ㆍ버지니아), 뎁 피셔(공화ㆍ네브라스카) 의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은 이 법안을 ‘온라인 유저의 기만적 경험 감소를 위한 법률(Deceptive Experiences To Online Users Reduction Actㆍ약칭 DETOUR Act)’이라고 명명했다. 규제 대상은 ‘이용자 1억명 이상인 IT기업’이며, 고객 의사결정 자율성을 훼손하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생성하는 걸 불법화하는 게 목표다.
실제로 다크패턴은 △이메일 뉴스레터 가입 △상품 구매 △개인정보 수집ㆍ공유 등의 과정에서 사용자의 심리를 미묘하게 조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P는 “공룡 IT기업이 네티즌의 광고 클릭, 검색어 입력 등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해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피셔 의원은 성명을 통해 “오케이(OK)만 누르면 된다고 현혹시키는 안내문은 본인도 모르게 연락처와 메시지, 검색내역, 사진, 위치정보 등을 전송하도록 만든다”며 “다크패턴의 유행은 IT기업들이 점점 더 인간 심리를 돈벌이 도구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에 기반해야 할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에서는 두 의원의 입법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IT기업 길들이기’라는 것이다. WP는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을 계기로 나오는 ‘엄격한 규제’ 촉구 목소리를 등에 업고, 의회가 IT 업계를 틀어쥐려는 노력을 강화한다고 볼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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