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도 들을 수 있는 이명은 치료 가능해
물소리, 매미소리, 바람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삐~”하는 소리, 맥박 같은 소리 등등. 남은 듣지 못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귀울림’이라고도 하는 이명(耳鳴ㆍtinnitus)은 정상인의 95% 이상이 일생에 한번 이상 경험하며, 전 인구의 17%가 겪는다고 합니다. 이명이 심각해져 5% 정도는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고통을 받습니다.
이명은 ‘객관적 이명’과 ‘주관적 이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맥박 같은 소리가 나거나, 특정 근육 수축 시 소리가 생긴다면 피의 흐름이나 근육 운동 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관찰자도 들을 수 있기에 ‘객관적 이명’이라 합니다.
“삐~”ㆍ“쉭~” 등 지속적으로 소리가 나는 이명은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고 환자만이 느끼기에 ‘주관적 이명’이라고 합니다. 청각계 신경전달과정에서 이상으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큰 소음에 노출돼 청각세포가 손상되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과 이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간혹 청력이 정상일지라도 이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도 회화 주파수(250~8,000Hz)보다 높은 고주파수(1만~1만2,000Hz) 청력검사를 하면 좌우 귀의 청력 차이가 발견되고 청력이 떨어진 귀에서 이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객관적 이명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며 “즉 검사를 통해 혈행성인지 근육수축과 관련된 객관적 이명이라면 이에 해당하는 치료를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청력 저하와 관련 있는 주관적 이명은 난청에 대한 뇌의 부적응 반응으로 생기기에 청력을 호전시키지 않으면 이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간혹 수술이나 약물로 난청이 좋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예컨대 노화로 인한 난청은 일반적으로 이명 그 자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소음 노출로 영구적인 난청이 됐다면 망가진 청각세포를 소음이 있기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명이라면 많은 환자가 이명이 생긴 시기에 심리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직장이나 가족 갈등, 건강ㆍ돈 문제 등으로 인해 정신ㆍ육체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명을 처음 인지하게 됩니다. 초기 이명은 이처럼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면 사라지기도 합니다. 몇 년이 지나 스트레스를 다시 받거나 청력 저하 등이 생기면 재발할 수 있지요. 이럴 때에는 ‘이명 재활 프로그램’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명을 치료해도 대부분 호전되지 않고 불면증 등이 생기기에 ‘이명=난치병’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이명은 점점 심해집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치료된다는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절망감까지 느끼기도 합니다. 오승하 교수는 “이명 치료는 이명 자체를 없애기보다 이명과 더불어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이명에 적응하고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바로 이명 재활 프로그램이지요.
이명은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생길 정도로 심각해도 전문 상담을 받으면 호전되기도 합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이명 재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이명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의식에서 점차 지우고 살면 불편함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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