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양성’ 명분 로스쿨 10년 불구
법조는 자질보다 ‘밥그릇 지키기’만 관심
기회균등ㆍ연수 개혁 등 변화 나서야
수많은 진통 끝에 2009년에 출발한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어느덧 10주년을 넘어섰다. 우리사회가 로스쿨을 도입한 것은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라는 과거의 방식을 넘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개념을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단순한 암기 중심의 ‘수험법학’을 지양하고 체계적인 이론과 실무교육을 통해서 전문적이고 다양성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서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확대하고 사법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였다.
그러나 로스쿨의 이런 설립 취지를 통해 돌이켜 볼 때 과연 이러한 만만치 않은 도전과 과제를 지금의 로스쿨 체제가 충분히 충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난 10년간 로스쿨 제도를 통해서 배출된 법조인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나름 제도를 정착했고, 로스쿨들은 나름의 영역에서 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태의 로스쿨 제도를 그대로 두어서도 곤란하다는 것은 법조계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평가를 내리고, 개혁방향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직 대법원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하여, 전직 검사장과 고위법관들이 부지기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보자. 이처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법학교육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좋은 법률가를 양성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개혁과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건설적인 토론과 생산적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지난 10년간 제도개혁에 관한 진정성 어린 모색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유의미한 논의의 진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법시험 존치ㆍ폐지’와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넘어서는 논쟁이 조직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멈춰 버린 로스쿨 제도개혁 논의의 일차적 책임자는 법조계, 학계, 그리고 정책당국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올곧은 법조인 양성보다는 직역수호의 관점에서만 법학교육 문제를 접근해 왔고, 변호사 배출숫자 증대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쳤다. 로스쿨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급전직하하면서 단순 암기위주의 수험법학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근거 있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주무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와 교육부도 적극적인 문제의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문제를 수동적으로 관리하는데 그치면서 실질적인 침묵을 유지해 왔다. 결론적으로 개별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총체적인 진단과 문제 해결 방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부재한 상태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논쟁 끝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로스쿨체제를 채택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난 10년을 정직하게 평가하면서 로스쿨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할 때로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 로스쿨 제도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 로스쿨 교육의 실질화와 풍부화를 위한 교육과정의 개편, 로스쿨 교육비용을 비롯한 교육기회의 균등제공, 변호사시험 제도의 자격시험화와 응시횟수제한 문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 변호사 연수 제도의 전면적 개혁, 적정 변호사 배출 인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 같은 주요 의제들이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각계의 산발적인 문제 제기와 논의를 넘어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개혁에 관한 종합적인 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조직되지 않으면 지금의 로스쿨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에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할 별도의 사회적 대화기구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준우 변호사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