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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하반기 사학 혁신 집중… 시민감사관 제도가 중요한 축 될 것”

입력
2019.05.1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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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反부패 개혁’ 어디까지 왔나] <3>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난해는 유치원과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리지 않고 교육비리와 부패가 폭로된 해였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연간 예산 2조원이 투입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해 온 관행(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고, 교사 아버지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답을 알려준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학사 관리ㆍ입시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 후속 조치로 이뤄진 전국 초중고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내신과 관계된 ‘학생부’ ‘학생평가’에 대한 감사 지적 사항은 4,000여건에 달했다. 대학원생에 대한 대학교수들의 갑질, 연구부정, 자녀입시 비리 등 바닥에 떨어진 대학사회의 윤리의식이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은 것도 이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반복된 비리와 부정으로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진단하면서 “교육부의 내부 혁신을 시작으로 교육계 전반의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교육 분야의 반부패 정책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교육 분야의 반부패 정책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_교육 현장에서 대표적인 반칙과 특권은 뭐라고 보나. 

“평등한 출발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산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 체육계 인권침해와 입시비리,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비리, 미성년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등재 등은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반칙과 특권이다.”

 _반부패 개혁과 관련해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는. 

“취임 7개월 동안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게 사립유치원 문제였다. 무엇보다 사립유치원 원장님들의 생각과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유치원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재정과 회계도 알아서 하면 된다’라는 마인드였다. 그러나 저희가 유치원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회계는 투명해야 한다’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을 쓰겠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먼저 200인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에듀파인을 의무화했는데, 현재 의무가 아닌 유치원 740여곳에서도 자발적으로 쓰겠다고 나섰다. 2020년 3월부터는 전체 사립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사립유치원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사립유치원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_한유총 사태처럼 유치원의 집단행동이 재연될 가능성은 없을까. 

“사립유치원들의 의견수렴 주체가 기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같은 전국 단위 중앙 조직이 아니라 지역협의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 경기도에서도 사립유치원들이 지역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다른 지역들도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 교육자치를 위해 유초중등은 교육감의 책임과 권한으로 이관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유치원도 교육청별로 교사 처우 같은 데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니 이제 원장님들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교육청과 협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채널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지역협의체와 시도교육청이 먼저 소통하고, 교육부는 각 지역마다 요구되는 사안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논의 구조를 바꿀 예정이다.”

 _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높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학생부 기재 방식이 바뀐다. 소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고, 수상 기록이 학기당 한 개로 제한된다. 자율동아리도 학년당 한 개만 기재해야 한다. 학종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받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깜깜이’ 전형이기 때문인데, 올해부터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서 대학별 평가 기준, 반영 비율 등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종의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이런 대책(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이 현장에서 잘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이외에도 입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입학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고등교육법에 신설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_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 이후 제도적 변화는.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인사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만약 부득이하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해야 한다면, 자녀 평가 관련 업무에서 원천 배제하도록 했다. 또 학교별로 별도의 평가 관리실을 설치하고 인쇄실과 시험지 관련 시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CCTV 설치율이 절반에 못 미쳤는데, 지금은 설치율이 90%가 넘는다.”

 _미성년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문제에서 나타나듯이 ‘연구부정’을 밝히기 어렵다. 국가 단위 연구윤리 기관 만들어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술 연구의 자율성’을 존중해 연구윤리 문제는 원칙적으로 학계 스스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세계적으로도 연구윤리 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학 연구비 재원의 77.4%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연구비 관리에 대해 지도ㆍ감독할 책무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1차적으로는 대학의 연구윤리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검증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구윤리 준수여부 전반을 총괄해 살필 수 있는 독립적 정부 기관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공론화하겠다.”

유은혜(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한국일보 정책사회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유은혜(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한국일보 정책사회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_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 후반기는 사학혁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상곤 부총리 취임 이후 사학혁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학혁신위원회를 1년 반 정도 운영해 왔다. 조만간 사학혁신위원회에서 위원회 운영 결론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해서 교육부에 제출한다. 교육부는 6월 중 비리 사학을 어떻게 근절하고 바로잡을 것인지 구체적인 시행과제들을 발표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얼마 전 도입을 발표한 ‘시민감사관제도’는 사학혁신의 중요한 방안 중 하나다. 각종 제보나 현안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려면 감사 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감사 인력만으로는 굉장히 부족하다. 전문성 있는 시민이 감사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면, 부족한 인력도 보완할 수 있고 감사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_‘교피아’가 사학비리에 일조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신뢰회복추진단(지난 1월부터 운영)에서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과제가 그래서 ‘내부 혁신’이다. 일련의 사태는 학교 현장의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가장 컸다. 이대로라면 교육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겠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은퇴 후 자기 ‘자리’ 때문에 사학 봐주기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퇴직 공무원들의 사립대학 취업 제한 대상을 기존 보직 교원에서 무보직 교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퇴직 후 대학에 취직한 공무원들과 우리 직원들이 면담할 때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면담할 경우 소속 부서장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했다. 이런 행동 지침을 준수하는 것부터 내부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_반부패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민의 요구와 교육부의 의지는 일치하는데 제도적, 법적 한계나 미흡함으로 당장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게 가장 답답하다. 국민들이 정말 뭔가 변하고 있구나,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이런 것을 느끼려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과 같은 여러 개혁 과제들이 국회에서 법으로 완결돼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법 개정 과제들이 계속 지연되고,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돼 아쉽다. 국회에서 관련 법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

 _학부모로서 겪었던 교육 현장의 부당함은 없었나. 

“저희 애들은 다 커서. (웃음) 6, 7년 전에 둘째(아들)가 다니는 일반고에 시험 감독을 한 번 들어갔는데, 5분 만에 아이들이 답을 쓰고는 3분의 2 이상이 엎드려 자더라. 그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학교에서 전혀 도움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엎드려 자는 거다. 우리 아이들이 서열화된 명문대 진학을 어렸을 때부터 교육 목표로 삼는 것을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른바 20여개 수도권 주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반부패의 성과를 내서 신뢰를 회복하는 건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 바탕 위에서 획기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미래교육의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

인터뷰=이왕구 정책사회부장 fab4@hankookilbo.com

정리=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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