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反부패 개혁’ 어디까지 왔나] <4>
공무원들 실수해도 질책 자제, 잘한 것은 포상 늘려 나갈 것
자치분권 중 재정 가장 중요… 국세ㆍ지방세 7대 3 비율 목표
국회의원 4선,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묵직한 중량감의 그가 △국민 안전 △자치경찰제 △지방분권 등 현안이 산적한 행정안전부의 수장이 된 지 한 달여가 됐다. 진 장관은 주요 현안 중에서도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부패와 안전의 상관 관계에 있어 ‘안전무시 관행’을 부패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접근하겠다는 소신과 철학을 확고하게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안전 사고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사회 각 분야의 부패도 일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부패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특권층의 마약류 투약, 지역 토착비리 등을 척결하기 위해 가용한 행정 자원을 총 동원하겠다고도 했다.
-국민 안전 측면에서 반부패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제도의 문제점, 실행의 문제점, 관리감독이 허술한 문제점, 국민의 안전문화 의식의 부족함 등이 다 나타난다. 제도 개선이 안 되고, 실행이 안 되고, 관리감독이 안 되는 이면을 들여다 보면 결국 유착관계나 부패가 있었다. 이래서는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해서 징계한다고 해도 개선 효과가 없다. 근본적인 부패문제가 해결이 돼야 전체가 효과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확실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 뒤에 도사린 부패를 척결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에 관한 부패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더 발본색원해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안전부패 해결을 위해 해 왔던 일들은.
“정부 차원에서 반부패정책협의에 여러 가지 안전분야 부패방지 방안을 보고했다. 또 여러 부처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범정부적 안전분야 부패감시 시스템도 구축했다. 시도의 안전감찰관을 신설해 중앙부처와 감시업무도 한다. 범정부 안전분야 반부패협의회도 있다. 행안부의 재난안전본부장이 주재를 하는데 13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 재난실장들이 참여해 작년 10월에 출범했다. 이런 회의를 거쳐서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힘을 합쳐 안전 부패를 적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동안 3,000여건의 안전 부패를 적발했다. 또 제도개선을 통해 그 동안 검토된 53개 법령 중 22개는 개선을 완료했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적극행정(공무원들이 감찰 등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행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무원 사회가 너무 감시, 감사 위주로 나가면 ‘감사에만 안 걸리는 행정을 하면 된다’는 식의 복지부동 혹은 소극행정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일해주기를 바라지만 실수도 하게 돼 있다. 실수만 지적되다 보면 위축된다. 제도 개선 혹은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해당 공무원이 맡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좀 나오더라도 과다한 질책은 자제하고, 포상 제도는 늘리는 식으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것이다.“
-최근 마약류가 연예인 등 특권층에 머물지 않고 일반 국민에게까지 침투되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경찰청에서도 2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3개월간 마약류 집중 단속을 하고 있고 2,000명 이상을 검거하고 669명을 구속했다. 마약 검거 인원은 작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다. 특히 연예인, 재벌과 특권층에 연루된 마약 범죄는 그 동안 단속의 예외처럼 남아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더더욱 유관기관과 공조를 통해 철저하게 단속하고 관련 비리를 척결해 나가려고 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유통경로를 통해서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중 하나가 온라인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온라인 상 마약 유통에 대해 단속을 철저히 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이 합동단속협의체를 구성, 일반에 유통되는 경로를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인터넷 마약사범 564명을 검거해서 95명을 구속했고 광고행위도 211건을 찾아서 삭제 차단하고 예방했다. 불법적인 사이버 유통해 대해서는 사이버 전문가들이 동원돼야 한다. 사이버 전문가도 마약부서로 배치해 강력하게 검색하고 대응해 나가려고 한다.“
-자치경찰제 도입 진척상황은 어디까지 와 있나.
“국가경찰은 멀리 위를 바라보고 하는 거라면 자치경찰은 생활밀착형으로 보면 된다. 광역자치단체의 운영 시스템 속에 녹아 들어 지방행정과 치안행정 간 연계를 강화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욱 촘촘한 치안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나 치매 노인 실종 등의 사례를 보면 국가 경찰의 능력만으로는 즉각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자치경찰이 되면 복지행정과 연계된 지원 서비스나 교통안전시설과 범죄예방시설의 신속 보완ㆍ개선이 가능해진다.
-자치경찰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라는 이야기가 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자치경찰 문제는 다른 각도의 문제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은 그 동안 독점돼 왔던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을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보다 민주화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반면 자치경찰은 지역 자치경찰만이 할 수 있는 여러 측면이 있는 만큼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찰이 너무 비대해지면 또 다른 우려가 생길 수 있으니 일부 권한을 자치경찰로 이관, 경찰의 몸도 좀 가볍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검ㆍ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가치가 달라 전제조건은 될 수 없지만,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국정과제의 큰 틀에서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지자체 단체장이 비리에 연루된 경우 자치경찰의 객관성 상실 우려가 크다.
“자치경찰이 자치단체 산하기관이 되다 보니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가능성과 더불어 특정 이익에 따른 업무의 불공정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책으로는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 경찰위원회를 두고 이 경찰위원회를 통해서 인사도 이뤄지고, 통제도 하는 방안을 생각중이다. 국가경찰도 시정명령이나 직무이행명령 감사 등을 통해서 지도와 감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방에 재정권을 얼마나 줘야 하나.
“자치분권은 행정ㆍ재정ㆍ교육ㆍ문화 등 각 분야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재정에 대한 자치다. 재정 자치는 쉬운 일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알아서 세금을 거둬 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고 해도 실현되기는 어렵다. 지역간 균형 문제도 있고,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걷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국가가 도와줘야 된다. 그럼에도 국가의 간섭을 줄이고 자율권과 재량권을 많이 주기 위해서는 재정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 꾸준히 노력해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2022년까지 7대 3으로 맞추겠다. 2016년 결산 기준 7.6 대 2.4로 8 대 2에 가깝다. 향후 국가에서 걷던 일부 세금을 지방소비세 등 명목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지역기반 토착비리 관련, 성과와 대책은.
“지난 2년간 고질적인 토착비리 근절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합동 감사, 기동감찰반 운영을 통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집중 점검을 실시해 왔다. 여러 가지 수의계약 특혜 제공, 국고보조금 편취, 인사비리 갑질 등 토착비리 570건을 적발했다. 또 검찰과 경찰에서는 취업 승진을 매개로 한 조직적 채용비리 등 1,900여명을 단속했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원인 분석, 정부합동 감사, 기동감찰, 유관기관 간 공조 등을 통해서 지역 토착비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해 나가도록 노력 중이다.
-포부와 당부의 말을 한다면.
“현안이 많다. 소방직 국가직화를 국회가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고, 자치 분권에 관한 것도 연내 법이 통과됐으면 한다. 행안부가 공공서비스와 정부혁신을 담당하고 있는데, 공공서비스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앞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패 척결이야말로 진짜 공공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거다. 정부 혁신을 통해 공공서비스 향상이 돼야 한다. 미래 4차산업혁명을 대비해서 선도적으로 전자정부도 해외에 모범이 되게 하고 싶다.“
인터뷰=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배성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