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10년가량 정체된 최저임금을 실정에 맞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직자 급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서다.
미국 연방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의 두 배 가까이 인상하면 예상 수혜자는 1,700만 명이며 예상 실직자는 13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24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7.25달러(약 8,600원)에서 15달러(약 17,700원)로 인상하는 법안의 하원 표결이 예정돼 있어 해당 보고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의회조사국(CBO)이 연방 최저임금 인상이 가구소득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면 시급 15달러 이하 임금 노동자 1,700만 명과 시급 15달러를 웃도는 임금 노동자 1,000만 명이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빈곤선 이하의 삶을 이어가던 130만 명의 소득을 빈곤선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CBO는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1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실직자들의 삶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O의 분석에 따르면 사라질 일자리는 최소 0개에서 최대 370만 개로 범위가 방대하다. 130만이라는 숫자는 해당 범위의 중간값을 도출한 것이다. 0부터 370만의 광범위한 숫자는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불확실한 미래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유권자 과반수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지만 의회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에 진행된 힐-해리스X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5%가 최저임금 15달러 법안에 찬성했다. 27%는 15달러보다는 낮은, 소폭 임금 인상에 동의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전까지는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더 아코스타 노동부 장관이 반대의사를 표시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해당 사안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최저임금 7.25달러는 2009년 7월에 결정된 것으로 올해로 10년 넘게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는 이미 해당수준을 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 내 29개 주와 여러 도시는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연방 수준 이상으로 설정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6개 주는 이미 최저임금 15달러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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