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35ㆍ끝> 이김건우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이 처음 원내정당이 되었을 때의 사진을 좋아해요. 다른 정치인들이 모두 정장을 빼입었는데, 녹색당 정치인들은 허름한 운동화에 스웨터를 입고 선서했더라고요. 언젠가는 국회에서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선서를 하는 청년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김건우(21)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청년 당사자만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는 납작한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청년이라는 집단이 균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현실과 괴리된 여의도 정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년 정치인’의 진입이 많이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원외 정당에서 젊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그의 고민을 들었다.
◇이하 일문일답
-소명의식 있는 청년들이 취업이나 창업에 비해 ‘정치’를 선택지로 삼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청소년 때부터 학습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중학생 때 학생들을 시사토론에 열심히 참여시키고 학생인권을 늘 주창하던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분마저 다른 친구들에게 저에 대해 ‘쟤 뭐 하는지 감시하면 상점 주겠다’고 했더라고요. 교장선생님도 학부모들 앞에서는 ‘민주시민 교육해야 한다’고 했지만 막상 교내에서는 다르게 행동했죠. 지금도 이런 경우는 많다고 들었어요.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해야 하는 학교 안에서 오히려 그렇게 정치를 차단당하니까 어떤 해결도구로서의 정치를 생각하기 어렵고, 20대에 들어와서도 더욱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요. 제 주위 대학 동기들이나 고등학교 동창들을 봐도 대학을 갔든 안 갔든 시간이 없어서 정당,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할 여유를 내지 못해요.”
-학교나 시민사회의 정치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생각해 본 바가 있다면.
“일단 정치교육이 의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 중, 고 모든 단계에서 좀 더 쉬운 방식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 민주주의의 전제는 국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이들이 모이면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잖아요. 그럼 정치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필수적이죠. 삼권 분립, 민주주의, 대통령이 하는 일, 국회가 하는 일 등은 사회 과목의 한 분과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으로서 다뤄져야 해요. 단순 암기를 넘어 개인이 생각해 볼 질문거리를 던지는 방식으로 교육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선거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지난 선거에서 저희 당 여성 후보에게 술 취한 남성이 행패 부리고 욕을 했다는 걸 나중에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젊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후보자의 경우 더 공공연하게 드러나더라고요.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이나 고은영 전 녹색당 제주지사 후보도 모두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성 의원이 후보자로 출마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꼭 ‘남편이 허락했느냐’ 고 묻는대요. 젊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젊은 여성 출마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거죠.”
-여의도에서 ‘성공한’ 청년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 내에 존재하는 소위 줄대기 문화가 청년을 소진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다른 당에서 청년위원회 활동을 했던 사람들 중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나중에 보면 이런 문화 때문에 탈당하고 활동을 안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당 차원에서의 투자도 많이 부족해요. 청년들을 대하는 태도에 더해 정당이 정당답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국회 구성의 모습이 있는지.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다당제가 아닌 합의가 가능한 성숙한 다당제를 희망해요. 지금까지의 한국 정당들은 특정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공동체보다도 정치 엘리트들의 이합집산에 가까웠잖아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에 가까워지면 좀 더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명확하게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최근 선거제 개혁 논의와 관련해 주목해서 보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연동형 관련해서는 준연동형이 아닌 100% 연동형이면 가장 좋겠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지금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에 더 주목하고 있어요.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만큼 의원 정수 확대를 지금 당장 설득하긴 어렵겠지만, 논의를 통해 결국 정치라는 것이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당연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국회에서 얘기하고 있는 대로, 보좌직원 수를 줄이고 세비를 절감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데에 동의해요.”
-인상적으로 눈 여겨 보는 청년 정치인이 있다면.
“대중적인 분들 중에서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나 김수민 의원이요. 정치적 생각이나 방향은 일치하지 않지만 청년 정치인으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서는 눈 여겨 보고 있어요. 같은 시기에 등장한 다른 청년 정치인들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의 경우 당의 퍼포먼스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로를 구축해 나갔잖아요.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런 점은 유심히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청년 정치인의 상이 있는지.
“자기만의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요. 물론 경험 많은 중년 정치인을 쉽게 넘어설 순 없겠죠. 그러나 훈련이 되어온, 훈련을 원하는 전문 분야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당의 가치에 기반한 대안도 머릿속에 청사진으로 있어야 해요. 또 청년이라는 말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대표한다’는 말을 쓴다면, 그건 정책적 방향보다는 메시지를 튜닝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얘기를 해도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으로 소통해야죠. 예를 들어 저는 독일 녹색당이 처음 원내정당으로 진입했을 때의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때 다른 사람들은 다 정장을 빼 입은 와중에 녹색당만 허름한 운동화에 스웨터를 입고 선서를 했거든요. 청년들이 그런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국회에서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선서하는 청년 정치인을 보고 싶어요. 기성 정치인에 줄 대는 정치인이 아니라, 말 한마디를 해도 청년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오카시오 코르테스 미 하원의원 같은 정치인이요.”
-결국 국회에 청년 의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만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의 구성원들도 열의가 있으면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어요. 그러나 50대가 넘는 중산층 이상의 건물주 남성들이 대부분인 지금의 국회에서 의원 다수의 이익과 크게 관련 없는 청년주거 문제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청년이라는 정체성만으로 묶이는 데에는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청년 국회의원이 원내에 진입하면 기존의 중년 정치인과 다른, 청년으로서의 생활의식에서 오는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희연 인턴기자, 정리=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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