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결렬, 양측 대화 재개 여지는 남겨둬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빈손으로 끝났지만, 양측 모두 대화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겨둬 향후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다시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시기다. 북한이 제시한 기준인 ‘연내’에는 성사되겠지만, 미국 바람대로 2주 내에 다시 회동하는 것은 북측이 명시적으로 거부해 물 건너 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를 맡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회담 뒤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로 비교적 넉넉하게 시한을 정하긴 했지만, 어쨌든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협상 조기재개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든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실무협상 결렬이 첫 담판에서 ‘최대치’를 요구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면, 2주 이내에 다시 모이자는 제안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차기 협상이 되도록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주 안에 북미 양측에서 획기적인 입장 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단기간의 협상 재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도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그들(미국)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에서도 연말까지 기다린다고 했으니, 미국과 한 번 더 보긴 볼 것”이라면서도 “양측 입장 차가 2주 안에 좁혀질 것 같진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언제 다시 협상에 나설지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비핵화 협상을 무위로 돌리는 건 북미 모두 원하지 않는 결과라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 분석이다. 북한으로선 남아 있는 대북 재제가 부담이고, 미국에게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소되지 않은 북한의 위협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전방위 제재로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연말 전에는 다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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