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버 글라스(fiber glassㆍ유리섬유)로 집에서 셀프 네일을 했는데 며칠 뒤 손등에 발진이 생겨서 살펴보니까 유리 조각이 박혀 있었어요.”
평소 집에서 셀프 네일(본인이 직접 하는 네일아트)을 즐겨 한다는 대학생 이주연(24)씨는 당시 통증을 느꼈던 오른손을 내보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손등에는 여전히 붉은 생채기가 남아 있었다.
최근 셀프 네일 재료로 유행하고 있는 유리섬유 사용 시 피해 사례가 공유되며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리섬유는 손톱 연장 재료의 일종이다. 손톱을 연장하는 데는 크게 네 가지 방법(젤 원톤 스캅춰, 팁 위드 랩, 아크릴 프렌치 스캅춰, 실크 익스텐션)이 있다. 유리섬유는 실크 익스텐션 기법 재료다. 이 기법 중 하나가 유리섬유 다발을 손톱 크기로 오리고 접착제로 손톱에 붙이는 방식이다. 유리섬유는 실크 익스텐션 재료 중에서도 가격이 싸고 사용 방법이 간단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한 사용자가 통증을 호소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 관련 피해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며 부작용 논란이 일었다.
사용자들이 제기한 대표적 부작용은 피부 통증, 발진 및 트러블 증상이다. 유리섬유를 손톱에 붙이고 파일링(손톱을 갈아내는 것) 할 때 발생하는 분진이 피부, 눈 등에 박혀 통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네일아트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맨사(맨손톱 사랑)’의 한 회원은 하얀 유리섬유 조각이 박혀 발진이 올라온 사진을 첨부하며 “사용 후 눈도 붓고 손등에도 염증이 생겼다. 피부에 남은 유리섬유 조각을 제거하느라 매일 사투 중”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유리섬유로 손톱을 연장했던 이주연씨는 “편하다고 칭찬하는 댓글이 많아서 샀는데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리 조각이 아직도 박혀있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유리섬유를 다량 흡입하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사장 현장 노동자 사이에서 유리섬유는 발암물질로 인식되고, 주요 기관지를 통해 유리섬유가 체내에 들어와 체류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명성 대한네일미용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유리섬유는 네일아트 국가자격증 시험 항목 재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예전에 잠시 시중에서 판매됐지만 위험하기도 하고, 유리섬유보다는 실크가 더 좋은 재료라 네일아트 전문가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리섬유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일부 업체는 곧장 관련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온라인 쇼핑몰 A사는 지난 6월 판매 시작 5일 만에 연장용 유리섬유를 판매 중지하고 보상 및 회수 조치를 취했다. A사 마케팅팀 과장은 “유리섬유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했고, 추후 발생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곧장 판매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유리섬유 손톱 연장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네일샵도 있었다. 네일샵 ‘여운이 남는 네일’ 측은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유리섬유 분진 부작용이 우려됐기에 해당 시술은 예약받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렇다면 유리섬유를 손톱 연장재로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사용자에게 위험할까. 보건학 박사 B씨는 유리섬유 사용이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리섬유는 유해물질이 아니며, 파일링 시 발생하는 분진 양만으로 질병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유리섬유로 인한 발암 확률이 거의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이 유리섬유를 Group 3에 해당하는 ‘인체에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기 어려운 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리섬유를 갈아냈을 때 발생하는 분진이 눈이나 피부 등에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사용 시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채영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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