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K리그 스폰서들에게 물었다
※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기업 및 지자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자생력을 찾아야 할 때란 평가입니다. <한국일보> 는 격주 목요일 연중기획 ‘붐 업! K리그’에서 K리그 흥행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합니다. 한국일보>
대구ㆍ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기업 DGB대구은행은 올해 전국구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 3월 K리그 개막과 함께 문을 연 대구 홈 구장 ‘DGB대구은행파크’의 명칭사용권(네이밍라이츠)을 구매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은데다, 2003년부터 스폰서로 참여해 온 K리그1(1부 리그) 대구FC의 흥행 열풍까지 맞물리면서다. 시즌 내내 자사 명칭이 ‘만원관중’ ‘승리’ ‘돌풍’과 같은 단어와 함께 언론에 노출되고, 은행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28), 특급용병 세징야(30)가 입고 환호하는 모습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돌고 돌면서 적어도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DGB대구은행은 ‘모르기 어려운’ 기업이 된 셈이다.
최근 수년 사이 국내 프로스포츠계에서 DGB대구은행과 대구FC의 궁합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구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기업, 그런 기업의 홍보효과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경기력으로 7차례의 만원관중을 이끌어낸 구단의 노력이 선순환을 낳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한 구단을 위해 한 해에만 수십억 원을 풀어낸 기업들도 만족하고 있을까. 23일 DGB대구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투자 가치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시즌이 끝나기 전이라 수치화된 자료는 없지만, 구단에 대한 대구시민과 축구팬들의 호응이 커 기업 홍보 효과 및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의 FA컵 우승과 조현우의 러시아월드컵 활약으로 메인 스폰서로서 뿌듯함과 책임감을 가지게 됐고, 올해 축구전용구장 설립 후 K리그 최초의 네이밍라이츠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전하면서, “DGB대구은행파크가 K리그 흥행과 맞물려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돼 홍보효과는 물론 사회적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기업구단들의 모기업들도 구단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에 새로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현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구단 성적이 좋은 데다 올해는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어 어느 해보다 높은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축구가 (야구 등)다른 종목과 달리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스포츠다 보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및 친선전을 통한 해외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규모의 차이는 크지만, K리그2(2부리그)구단을 후원한 연고지역 기반 기업들도 구단 스폰서로 참여한 데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2017년부터 아산무궁화 축구단 스폰서로 3년째 참여해 온 가공식품업체 ‘푸드렐라’ 장덕철(56) 대표는 “지역 구단이 시민 통합기능을 하는 데다, 건강한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어 스폰서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아산시 둔포면 대로변에 위치한 본사 간판엔 구단 로고를 기업이름만큼 크게 노출해 ‘동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푸드렐라가 아산 스폰서로 참여한 뒤 구단은 지난해 2부리그 우승을 일구고, 올해엔 소속팀 선수 오세훈(20)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견인해 상당한 홍보효과를 봤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일은 지난해 이한샘(30)의 승부조작 자진신고다. 장 대표는 “눈에 보이는 홍보효과만 바라봤다면 구단에 쓸 돈을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에 더 썼을 것”이라며 “우리는 축구팀이 정직하게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후원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장 대표는 “만일 구단 차원의 승부조작이 드러난다거나 금전비리 등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다면 그 순간 지원을 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른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일단 K리그 구단들의 노력으로 흥행이 이어진 데는 후한 점수를 주지만, 부정적 이슈로 한번에 무너뜨리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방구단을 후원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구단이 성적 외에도 마케팅과 사회적 기능 역할에도 꾸준히 신경 써줘야 한다”며 “기업 특성상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엔 절대 지원을 이어갈 수 없다”고 충고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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