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경기 한 번에 쓰레기만 5톤
※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기업 및 지자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자생력을 찾아야 할 때란 평가입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 연중기획 ‘붐 업! K리그’에서 K리그 흥행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합니다.
“관중이 늘어난 만큼, 쓰레기도 늘었어요. 일회용품만 좀 줄이면 쓰레기도 절반 이상 줄어들 것 같아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울산의 K리그1(1부 리그) 36라운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수많은 관중들이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진 스타디움. 그 많던 조명이 전부 꺼지고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림자가 진 스타디움을 돌아다니던 청소노동자 김모(57)씨는 관중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하나 하나 주워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종이컵부터 피자 박스, 먹다 남은 치킨까지. 화려한 축구 경기 이면에 쓰레기의 산이 있었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날 관중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분리수거중인 서울시설관리공단 소속 청소노동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분리수거 없이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들을 사후 분리하고 있었다.
올 시즌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리그가 늘어난 관중만큼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틀 전 경기장을 찾은 1만7,812여명의 구름 관중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1톤 트럭 5대 분량, 즉 5톤이 넘었다. 대략 1인당 0.3kg의 쓰레기를 배출한 셈이다.
2017년 환경부의 ‘제5차 전국폐기물 총조사’에 따르면 축구장 8곳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는 총 1,342톤. 그 중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는 폐기물은 무려 62.4%(839톤)에 이른다. 관중들이 즐기는 먹거리의 종류 또한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증가한 탓이다. 정부가 생활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품 규제 및 자율협약을 맺기 시작한 지 1년 넘게 지났지만 축구장을 비롯한 경기ㆍ공연장은 여전히 일회용품이 넘쳐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일회용품의 과다 사용뿐 아니라 팬들의 부족한 시민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도 먹다 남은 쓰레기들을 좌석에 그대로 방치한 채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매 홈 경기 때마다 환경미화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일. 25명의 적지 않은 청소노동자들이 나서지만 넓은 관중석을 모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기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한 청소노동자는 “그래도 경기장이 가득 차는 국가대표팀 경기 때보다는 낫다”며 “A매치 때는 완벽하게 청소하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자국이 남거나 악취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심한 경우 대규모 물청소를 해야 한다. 대구DGB은행파크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경기장으로 몰려오는 비둘기들의 배설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한 청소노동자는 “매번 테이블이나 의자의 비둘기 배설물을 닦아야 하는데 굳어서 잘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인천과 대구처럼 경기장 운영권을 구단이 가진 경우엔 쓰레기 처리비용도 고스란히 구단이 떠안아야 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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