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ㆍ청소년 부문] ‘강이’ 저자 이수지
“드디어 한국에서 상을 받게 되다니(웃음) 기쁩니다. 저는 더 이상 신인도 아니고, ‘아 이제 나는 한국에서 상 받기는 글렀구나’ 했거든요.”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가인 이수지 그림책 작가의 소감은 한국 그림책 시장의 열악함을 그대로 방증한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한국인 최초 최종 후보,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 스위스 문화부 선정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등. 이름 앞에 기나긴 해외 수상 이력이 붙는 이 작가지만, 그에 비해 정작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다소 소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그림책만을 위한 제대로 된 상이 없는 것도 ‘새삼스럽게 기쁜’ 이유 중 하나다. “출판사 자체 공모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그림책 상이 없어요. 아동ㆍ청소년 부문의 범위가 넓어서 그림책으로 상 받는 일도 드물고요.”
열악한 현실 가운데서도 수상작인 ‘강이’의 미덕은 단연 돋보인다. 실제 이 작가의 반려견이자 전작들에 꾸준히 카메오로 등장해 온 검은 개 ‘강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책이다. 유기견이었던 강이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 보낸 행복하고 애틋한 시간이, 이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드로잉을 통해 되살아났다. “외국에 머물 동안 강이가 세상을 떠났어요. 한국에 돌아와 강이가 있던 텅 빈 마당을 보는데,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강이의 그림을 마구 그려나갔죠. 그림을 늘어놓고 보니 이게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구상부터 책이 나올 때까지 한 달도 안 걸렸어요.”
단순한 색 조합으로 갖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의 장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책에는 흰색, 검은색, 파란색 세 가지 색만 쓰였다. 하얀 종이 위 검은 개 강이의 움직임이 흑백의 대비를 통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컬러가 많으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게 되지만, 색이 적을수록 그 색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까만 개 강이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하얀 눈과의 대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는 대신, 어린이와 동물이라는 가장 순수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흑백의 정직한 필터로 들여다본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보통의 그림책 판형과 달리 한 손에 잡히는 작은 판형에서도 확인된다. 이 작가는 “큰 그림으로 보면 감정이 증폭되고 서사가 커져버리는데, 강이의 이야기는 일기처럼, 과장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여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 이 작가는 “그게 결국 어린이와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자리를 내줬겠죠. 말로만 미래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우지 말고, 부디 그들을 위한 자리를 내주세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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