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애니메이션이 세계 최대 규모의 유료 동영상 서비스인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안방극장에 처음 진출한다. 군사와 과학기술, 우주에 이어 문화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굴기(崛起ㆍ우뚝 섬)’가 거침없는 기세로 확장되고 있다.
‘자객 오육칠’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 애니메이션 ‘우류치(伍六七)’가 오는 10일 ‘가위 7(Scissor Seven)’이란 제목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더빙돼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주인공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이발소 근무와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칼과 가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지녔다. 사랑과 포용을 통해 이웃을 돕고 자아를 찾아가며 미움과 편견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 10월 출시돼 10억위안(약 1,66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같은 해 애니메이션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중국어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진출하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과 수준 높은 작품성에 감명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방영작으로 선정하며 밝힌 이유다. 중국 문화의 특성이 묻어나는 고유한 캐릭터를 통해 코미디와 액션, 드라마 장르를 넘나들며 ‘평생의 사랑’이란 보편적 가치를 전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표현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은 1979년 장편 애니메이션을 처음 극장에 내건 뒤 40년 만에 거둔 성과에 고무된 표정이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탐탁지는 않지만, 상업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으로 물꼬를 튼 만큼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특히 지난해 중국 고대 신화 속 캐릭터 ‘나타’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상영 1주일 만에 17억위안(약 2,8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터라 연타석 홈런을 통해 중국 애니메이션의 우수성을 과시하겠다며 한껏 들떠 있다. 나타는 올해 오스카상 경쟁부문 후보에도 올라 “작품성은 있지만 어린이용이다”거나 “상업성이 부족해 해외 진출은 아직 멀었다”는 등 중국의 자존심을 긁었던 그간의 비판을 보란 듯이 떨쳐냈다.
반면 넷플릭스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먼저 ‘선물’을 안긴 것이란 평가도 없지는 않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1억5,000만명에 달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점유율도 30%가 넘어 전 세계 최대 규모이지만, 지난해 미국 내 가입자가 12만명 감소하는 등 확장세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무엇보다 중국은 자국 내 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아이치이(Iqiyi)’와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톈센트를 앞세워 넷플릭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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