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징역 23년형을 구형했다. 1심의 20년 구형보다 높아진 형량에 변호인은 검찰이 신빙성 없는 증인 진술만으로 유죄를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부분의 경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면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17년 및 벌금 250억원, 추징금 163억원을 구형했다. 국고손실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징역 6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자금 수뢰 등 뇌물 혐의는 분리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같이 나눠서 구형했다.
검찰은 특히 뇌물 혐의에 대해 “다스가 누구 소유인지를 묻는 국민을 철저히 기망하며 대통령직에 올랐고, 취임 전후 막강한 지위를 활용해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국민 혈세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반평생을 보좌해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죄를 덮어씌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1심의 징역 15년보다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객관적 물증 없이 증인들의 진술에 의존해 범죄를 입증하려 한다고 받아 쳤다. 진술들이 “위법한 플리바게닝(혐의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라며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전 협의된 2시간을 넘겨가며 각 혐의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이 왜 상식에 맞지 않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도 30분에 걸쳐 직접 최후변론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억울한 옥살이는 참을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모독은 참을 수 없다”며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삼성 뇌물 수수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게 가해진 모략 음모에 대해서 일일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 진술에다 이 전 대통령의 최종변론까지 이어지면서 이날 재판은 3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앞서 검찰은 다스의 자금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포함해 총 110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도중 다스의 미국 소송비 명목의 51억여원을 뇌물액에 추가했다. 1심에서는 16개 혐의 중 7개를 유죄라고 보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약 한 달 뒤 이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