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3> ‘우주로 가는 계단’ 전수경 작가
“어린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이야기가 필요해요. 삭막한 세상에서 이야기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세 번째 북콘서트는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인 동화 ‘우주로 가는 계단’을 쓴 전수경 작가가 들려준 답은 “삶”이었다.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없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기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강연장을 가득 채운 독자들은 이 책으로 이미 위로 받았다는 듯 포근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우주로 가는 계단’의 주인공은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후유증으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소녀 지수다.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있다는 ‘평행우주이론’을 계기로 과학을 좋아하게 된 지수는 아파트 계단에서 우연히 이웃집 물리학자 할머니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암호 메시지만 남긴 채 사라지고, 소중한 사람을 또다시 잃고 싶지 않은 지수는 친구들과 함께 ‘할머니 실종사건’을 추적한다.
전 작가는 책을 쓰게 된 과정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첫 번째는 뜻밖에도 “고통”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 속에 살아가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해요. 그렇게 지수라는 아이를 떠올렸어요. 어떻게 하면 지수가 고통 속에서도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그래서 전 작가는 지수에게 “과학”이라는 지렛대를 선물했다.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다른 우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믿음, 그 근거인 평행우주이론은 지수에게 큰 위로가 된다. 과학 이론이 풍부하게 등장하는 까닭에 이 책은 과학 동화, SF 동화라 불리기도 한다. 전 작가는 “사물의 이면을 탐구하는 물리학은 철학과도 비슷하다”며 “과학을 통해서 지수는 스스로 고통을 사유한다”고 설명했다.
지수를 세상 밖으로 이끈 또다른 존재는 “이웃”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겉으로 무심해 보였던 아파트 주민들이 남모르게 지수를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독자에게도 묘한 안도감을 준다.
“계단”도 빠질 수 없다. 사건이 벌이지는 주요 무대이자, 20층 집까지 매일 걸어서 오르내리는 지수에게는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 일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계단에서 지수는 할머니를 만났고, 자신만의 “우주”를 발견한다.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계단처럼 힘겨운 일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계단으로 다니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이 있어요. 여러분이 어떤 계단을 오르내리든, 일상의 계단에서 멋진 우주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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