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육정책 역행 인구감소 정책
사회 시스템 재설계한 일본과도 배치
지역밀착형 저출산정책 수립해야
초저출산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 3분기(7~9월) 합계 출산율은 0.88명이고, 서울은 0.69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2019년 10월 인구 자연증가분이 128명에 불과해 2031년으로 예상되었던 인구 자연 감소가 2019년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보다 저출산이 빨리 진행된 일본 사회는 출산율이 1.57까지 떨어진 1989년을 ‘1.57 쇼크’ 해로 삼고 대비를 시작했다. 2016년 아베 정부는 50년 뒤에도 인구를 1억명으로 유지하고, 모두가 활발하게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ㆍ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절대인구 감소라는 위기 상황 앞에서 2019년 11월 기존 정책과는 초점이 완전히 다른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출산율 제고가 아니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생길 충격을 완화시키겠다는 소극적 정책이다. 이 방안에 포함된 초ㆍ중ㆍ고 교육 분야 정책은 파격적이 아니라 충격적이다.
학생 수가 줄 것이니 교원도 줄이겠다는 교원 수 감축 정책, 교사양성기관 질 제고를 위한 투자 제고가 아닌 교사 양성 정원 감축 정책, 그리고 지역 특성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학교 통폐합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 실시, 자사고 특목고 등 폐지에 따른 일반 고등학교 질 제고, 개인 맞춤형 교육 실시 등과도 상충하는 정책들로 교육부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출산 기피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자녀 교육인데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이러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가라앉고 있는 배의 구멍을 찾아 근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물만 퍼내겠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게 한다. 아무리 화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제시한 정책들이 합리적 출산율 유지에 도움이 될지는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 출산율 제고 정책의 핵심은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80%로 인상, 노동시간 감축, 중학생까지 아동수당 지급, 직장 내 남녀 평등 추진, 지방 살리기 등이다. 저출산 현상이 경제ㆍ노동 시스템, 지역 균형 발전, 성평등 등의 다양한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는 복잡계의 한 현상임을 강조하며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 물리적 충격으로 다가오려면 아직 몇 년이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서 총체적 대책을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교육정책만이 아니라 임금과 기업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 지역발전정책, 복지정책, 조세정책, 심지어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제반 정책이 가능하면 출산율 제고에 보탬이 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가령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 합계 출산율보다 현저히 낮은 원인을 분석해보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대신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반 투자가 출산율 제고와 직결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한반도 거주 적정 인구 수, 경제 활동 인구 비율, 기대 출산율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 목표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일을 살아갈 우리 자녀들의 고통을 나눠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책 평가를 통한 실패 원인 분석, 일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성공한 저출산 대책 분석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여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핵심 이유의 하나인 육아와 자녀교육비로부터 부모를 해방시키는 파격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의 제반 지원 정책을 수립ㆍ평가할 때에도 반드시 출산율과의 관련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이제는 중앙정부 주도가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기업이 협력하여 ‘지역밀착형 저출산 대책’을 수립ㆍ집행할 때가 되었다. 국민들도 한반도호의 누수를 막고 미래의 항로에 맞게 배를 재구조화하여 순항하도록 할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2020년이 되게 힘을 발휘하자.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한국교육행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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