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 꿈 접어” 바른미래 탈당… 안철수계 지역구 의원 1명뿐, 호남 지지도 시들해져 신당 쉽지 않을 듯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탈당을 선언했다.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한 만큼,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ㆍ15 총선에서 ‘제2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신당 파급력이 클지는 미지수다. 안철수계 의원들 대부분이 비례대표라 동반 탈당할 수 없어 ‘세력’을 모으기 쉽지 않은 데다, 신당의 ‘명분’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당권을 넘기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실명을 언급하며 저격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어제 손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퇴진 거부)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이어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 들고자 한다”며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얼마 전 정계에 복귀하면서 내건 ‘실용’을 기치로 한 신당을 중심으로 중도ㆍ제3세력 규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 전 대표의 기대와 달리 창당 작업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 7명 가운데 당적 이동에 부담이 없는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 의원뿐이다. 비례대표 6명은 당이 출당해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손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는 이들의 출당을 허용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와 손 대표 간 중재를 시도했던 박주선ㆍ주승용ㆍ김동철 등 당권파 소속 중진 의원들도 신당 합류에는 회의적이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신당’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 1, 2명으로는 총선에서 기호를 10번 내외로 받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영향력이 시들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2016년 총선 당시 안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의 시선은 더없이 냉랭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이달 17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지지도는 1%대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2%)보다 뒤진 수치였다.
안 전 대표는 일단 독자 행보를 이어가며 신당 설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계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나는 한 분이라도 좋고, 열 분이라도 좋고 어쨌든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당 창당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안 전 대표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합류해 보수 진영과 손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속속 혁통위에 합류하고 있고, 보수 진영에서도 거듭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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