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ㆍ확산” 책임 크지만
‘선제 방역-신속 결단’ 미룬 정부에 눈총
‘사라진 2월’ 반복 않는 위기 매뉴얼 긴요
언제쯤 끝날까. 코로나19가 몰고 온 이 난리통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확진자 숫자부터 챙기고 사회적 관계를 멀리하는 일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개인 삶은 피폐해지고 생활 터전은 뿌리부터 위협받고 있다. 국민경제에 경고음이 켜지고 밖에서 보는 나라 꼴도 말이 아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출현한 괴물은 이단적 종교집단을 숙주로 삼아 사람들을 자괴감과 무력감으로 내몰며 그들 마음에서 봄을 송두리째 빼앗고도 좀처럼 기세를 꺾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견뎌 낼 것이고 또 극복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도 있다. 대구발 신천지 집단감염의 불길은 수그러드는 추세고, 넘쳐 나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한 병상ㆍ의료진 부족과 피로도 문제, 청와대가 사과까지 한 마스크 대란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출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스포츠ㆍ종교ㆍ교육시설 등에서 비롯된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돼 우려를 낳고 있으나 신천지 사태를 통제한 속도전과 저력,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 시민연대가 이어지면 감당못할 일은 없다. 그럼 코로나19가 소멸되면 모두가 박수치는 해피 엔딩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대기업 총수를 만나 코로나19의 경제 악영향을 염려하며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할 때만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0일 넘도록 증가세가 미미했으니 말이다. 일주일 뒤 31번 확진자의 동선 추적 과정에서 신천지 대구교회가 발견된 것이 재앙의 서막이었다. 그러나 당시도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며 내수ㆍ소비업계를 달랬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천지 대구교회를 진원지로 확진자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아이러니다. 결국 정부도 손을 들고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렸으나, 한발 늦은 이 조치에도 이후 전개될 사태에 대한 전문가적 전망이나 대비는 거의 없었다. 방역 앞에 경제와 외교가 놓였던 탓이다.
스텝이 꼬이니 둑도 허물어졌다. 신천지발 코로나19 감염은 TK 지역을 온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돼 40여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6,000명을 넘어섰고, 그 중 90% 이상이 신천지 관련자(신도, 가족ㆍ지인 접촉자)로 밝혀졌다. 문 대통령이 ‘신천지 이전과 이후’를 가르고 신천지를 심각한 방역 위험으로 규정, 이례적으로 ‘극명한 조치’를 주문한 이유다. 해외도 인정한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투명한 시스템으로 종식을 눈앞에 둔 코로나19가 밀교집단 같은 신천지에 의해 겉잡을 수 없이 창궐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로 인해 90여개국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수모도 당했다.
수상한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 심지어 정부와 지자체의 주요 인사들이 ‘코로나19=신천지’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여당 대변인이 ‘대구 지역 봉쇄’를 언급해 사퇴 소동이 벌어졌고 정부의 코로나19 초동 대처를 극구 칭찬했던 서울시장은 신천지를 고발하며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했으며 경기지사는 야밤에 신천지 교주 집을 찾아 체포 쇼까지 벌였다.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어도 압수수색 등 신천지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윤석열 검찰에 지시한 법무부 장관은 또 어떤가.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야당 소속이어서 건성건성 대처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어용 지식인과 TK의 보수적 투표 행태를 조롱한 문빠 소설가도 있었다.
여권이 신천지와 TK에 집착하는 것은 4ㆍ15 총선 기간에 불거질 책임 공방에서 정부는 숨고 대신 화살을 맞아줄 희생양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잣대를 앞세워 정책적 상상력을 제한하고 ‘선제적 결단과 신속한 추진’을 머뭇거린 것은 정부다. 남 탓만 하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감염병 교훈조차 얻지 못한다. 나라 전체가 멈추고 생업이 위협받는 비용을 치렀으면 뭐든지 대가는 찾아야 한다. 핵심은 정부의 방심이든 정치의 무능이든, 2020년 봄을 잃게 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리셋’해 처음부터 점검하는 것이다. 신천지는 제물이 아니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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