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면 툭 피가 터질 법한 가시로 중무장한 엉겅퀴. 그 위에 두 마리의 점박이나방이 돌아다닌다. 가시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노닌다. 가시 때문에 외로웠을까. 엉겅퀴 꽃도 가만히 자리를 내어준다. “자연이란, 그냥 이렇게 어울려 사는 곳이야”라 말하듯.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던 에마 미첼의 내면 또한 뾰족한 가시들이 온 세상을 찔러대고 있던 엉겅퀴였을지 모른다. 그 가시의 이름은 자기혐오. 자기혐오가 미첼을 옥죌 때마다 그는 자살 목전에서 서성였다.
그런 미첼을 살린 건 자연이었다. 생명력을 뽐내는 햇살, 푸른 들판, 조개 껍질 화석의 흔적, 수천㎞를 날아온 제비 등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맛봤다. 동식물, 광물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인 미첼은 그 자연을, 사진과 그림으로 옮겼다. 그 기록이 ‘야생의 위로’(심심 발행)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어나며, 새가 지저귄다. 미첼은 우울증을 애써 극복하려는 대신, 자연을 어루만지고 달래며 함께 살아간다. 한 영국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이 책 자체가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항우울제’다. 선뜻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요즘, 문 밖에 어린 봄을 한 권의 책으로 품을 수 있을지 모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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