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6시 전국 1만4,33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소는 주로 학교나 주민센터, 관공서 등에 설치되기 마련이지만 이번 총선은 의외의 장소를 투표소로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공공시설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시의 경우 돼지갈비와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투표소로 활용됐다. 그 때문에 마스크와 비닐 장갑을 착용한 유권자들이 고기 불판과 환풍 시설 옆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서울 광진구에선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전시장을 찾았고, 세종시 소정면 주민들은 신분증을 들고 투표소가 설치된 동네 게이트볼장으로 향했다.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의 경우 각종 야구 장비가 쌓여 있는 야구부 실내 훈련장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일반적으로 투표소는 선거구 내 생활 중심지로 교통이 편리하고 장애인 편의성을 갖춰야 한다. 투표소가 대부분 1층에 설치되는 이유다. 1층이 아닌 경우 장애인 승강기 등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병영 및 종교시설에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투표소를 설치할 수 없다.
이색 투표소만큼 이색적인 유권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충남 논산 양지서당 훈장과 그 가족이 흰색 도포에 갓과 망건을 쓰고 연산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후 스마트폰으로 단체 인증샷을 촬영하는 가족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유권자 수가 적거나 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 주민들은 단체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전남 신안군 효지도 주민들이 낚싯배를 타고 뭍으로 향했고, 전남 나주시 문평면 오지 마을에 사는 유권자들은 선관위가 운영하는 ‘선거인 투표 편의 지원 차량’을 이용해 단체로 투표소로 향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투표소 풍경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유권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마스크를 쓴 채 다른 사람과 1m 이상 떨어져 줄을 선 광경이나, 투표소 앞에서 일일이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한 후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모습도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 남을 이색 풍경으로 기록됐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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