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입안 가득 달콤함이 올라오지 않나. 모양도 색깔도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진열된 깜찍한 케이크들은 일단 시각을 즐겁게 한다. 한편으론 일렬종대로 각 잡고 줄 맞춰 서 있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처로움과 고독함마저 느껴진다. 달콤함과 쓸쓸함, 포근함과 휑함. 어울리지 않는 조화로움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이 그림은 올해 100세를 맞은 미국 화가 웨인 티보의 작품 ‘캘리포니아 케이크’(1979)다. 티보는 40대부터 조각 케이크, 파이, 머핀, 아이스크림, 막대 사탕 같은 ‘디저트’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배고픈 예술가”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디저트에 이어 우뚝 솟은 고층건물 사이를 서커스 하듯 넘나드는 비틀고 꺾인 경사진 도로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소재로 취급 받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려 한다”고 일갈했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래서 주목 받지 못한 디저트와 도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선 고독한 현대인들의 마음이 투영된 게 아닐까. 국내에 처음 선보인 티보의 작품집 ‘웨인 티보, 달콤한 풍경’(HB프레스)엔 디저트 그림 46점과 도시 풍경화 43점이 담겨 있다. 달콤한 도시, 고독한 여정이 쉴새 없이 펼쳐진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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