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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플루티스트 유지홍은 친구와 함께 베를린필하모니홀을 찾았다. "꿈에도 그리던"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 실황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입석표를 구했다. 방문한 날 공연 프로그램 메인은 말러 교향곡 3번이었다.
교향곡 3번은 길기로 유명한 말러 작품 중에서도 특히 더 길다. 다른 교향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6개 악장이 무려 100분간 연주된다. 웬만한 클래식 마니아가 아닐면 소화하기 버거울 수 있다. 그걸 서서 봐야 했다. 다리가 아플 법도 한데 유지홍에겐 그 시간이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숨죽인 채 끝까지 몰입해서 공연을 관람했다. '베를린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유지홍은 "친구와 밤 새워가며 그날 공연 감상평을 얘기했는데, 유학생활 당시 최고의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유지홍이 말러를 처음 접한 건 대학생 때였다. '천인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교향곡 8번이었다. 말러의 거대한 음악에 홀려서 유지홍은 오케스트라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유지홍이 처음 플루트 수석으로 연주한 곡도 교향곡 3번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지홍은 "서툴렀지만 열정 가득했고, 말러를 연주한다는 사실 만으로 좋았다"면서 "교향곡 3번은 그 시절의 맑고 순수했던 열정을 떠오르게 만든다"고 했다.
말러의 노래는 음반도 좋지만, 공연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더 크다. 때문에 유지홍은 200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실황 연주를 감상해 보라고 추천했다.
유지홍은 "말러는 교향곡 3번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의미를 표현했는데, 특히 '사랑'을 노래하는 6악장은 안식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말러의 음악을 듣는 동안 "어수선한 세상과 잠시 단절돼 마치 무중력의 공간에 있는 듯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을 느껴보라"는 게 말러 팬 음악가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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