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폐비닐의 수출길이 막히자, 아파트 단지와의 계약으로 돈을 내고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던 업체들이 폐비닐의 수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난리가 났었다. 언론은 쓰레기 대란에 대한 기사를 연일 쏟아냈고, 시민들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아우성을 쳤다. 정부가 폐기물 수거업체를 지원하고 압박하면서 다시 폐비닐은 수거됐다.
지금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여전히 중국으로의 수출길은 막혔고, 저유가로 인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해지면서, 아무도 폐플라스틱을 사가지 않는다. 쓰레기 재활용 과정을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다보니, 시장성이 떨어지면 재활용은 멈춘다. 게다가 최근 택배와 배달음식의 급증으로 폐플라스틱의 배출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는 2년 전에 훨씬 호들갑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는 수거 거부로 인해 내 집 앞에 쓰레기가 쌓였고, 지금은 수거업체의 집하장에 쓰레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심각성을 느끼기 어렵다. 집하장에 무한정 쌓아 놓을 수는 없으니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보내 플라스틱을 처리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돈을 받고 팔던 물건이 돈을 내고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가 됐으니 수거업체는 파산 직전이다. 이런 와중에 정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쓰레기를 처리해 준다는 업체가 등장해 임대한 땅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잔뜩 쌓아 놓고 사라진다. 한주가 멀다하고 거대한 쓰레기 산이 발견된다.
쓰레기를 멀리 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만이 아니다. 인천시 서구 오류동 일대에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쓰레기를 서울 바깥에 버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1980년대 후반, 서울 난지도 매립장이 포화됐을 때, 서울시는 경기도에서 대체 매립지를 찾아다녔다. 경기도가 반발했고, 환경청이 중재에 나서면서 지금의 자리에 서울, 경기, 인천의 쓰레기를 함께 버리는 매립지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수도권매립지가 됐다.
사용기한이 2015년이었던 수도권매립지는 쓰레기 종량제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매립량이 줄어들면서 사용종료일이 연장됐다. 2015년에 매립이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주변으로 이사 온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진통 끝에 3매립장의 일부를 더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시한은 2025년이다. 그때까지 세 지자체는 자체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형 매립지를 구하기는 어렵다. 매립량 최소화를 위해 직매립을 금지해야 한다. 태우고 남은 재만 매립한다는 뜻이다. 결국 소각장이 필요하다. 아무도 남의 쓰레기를 자신의 동네에서 태우기를 원하지 않는다. 결국 발생지에서 처리해야 한다.
쓰레기 처리를 다른 곳에 떠넘기지 않게 되면 쓰레기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만약 우리 동네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면 우리는 쓰레기 발생량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할 것이다. 분리배출을 더 철저히 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재활용 시스템을 잘 구축해서 기껏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이 다시 소각장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정부에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소각열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될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나타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쉽게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남에게 떠넘겨 왔다. 자동차와 배에 실어, 대기 중에 오염물질을 뿜어내며 쓰레기를 멀리 치웠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특색있는 시설을 갖춘다면 쓰레기 소각장도 기피시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쓰레기 처리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멀리 있는 땅에 쓰레기를 쏟아내고 오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에 대한 정당한 비용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문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긴 채, 그에 대한 정당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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