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이로스' 속?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한 MBC 드라마 '카이로스'에는 생상스의 바이올린 곡이 등장한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라는 제목의 소품이다. 첫화 시작부터 흘러나오는데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대기업 건설사 임원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김서진(신성록 분)은 차를 타고 가다가 악몽에 시달리는데,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찰나 생상스의 선율이 깔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비교적 느리고 음산한 분위기의 '서주(Introduction)'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론도(Rondo)'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김서진이 꿈을 깨는 순간 나오는 대목은 론도의 주제부다. 긴장감 넘치는 음들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한다.
그리고 잠시 뒤 극을 뒤흔드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 김서진의 아내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강현채(남규리)는 김서진이 소속된 회사의 자선 행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이 때 연주하는 곡도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다. 강현채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동안 엄마의 공연을 지켜보던 딸이 사라진다. 공연이 끝나고 행사장에서 자취를 감춘 딸을 엄마와 아빠가 찾아 나서지만 소득이 없다. 끝내 납치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집안은 풍비박산 난다.
극의 핵심 사건이 일어났을 때 등장한 생상스의 작품은 작곡가가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를 위해 1863년에 만든 곡이다. 프랑스 작곡가의 노래답게 앞부분 서주에는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과 깊은 씁쓸함이 묻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멜랑콜리(Melancholyㆍ음울한)’한 안단테로 연주된다. 그러다 론도로 넘어오면 스페인풍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데, 사라사테가 구사했을 환상적인(카프리치오소) 기교들이 난무한다.
이런 이유로 곡 길이는 9분 정도로 짧지만, 연주하기가 까다롭다.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이 곡의 주제부는 성난 황소를 만난 투우사의 아찔한 긴장감을 풍긴다”며 “날카로운 활 움직임 덕분에 누구든 이 곡을 들으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남녀가 대화하는 듯한, 다양한 분위기 전환이 이뤄져서 지루함도 덜하다. 이 같은 곡 특성을 감안하면 드라마가 가슴 졸이는 사건을 시작으로 변화무상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강현채가 생상스의 곡을 연주하기 전까지 행사장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곡은 쇼팽의 녹턴 2번이다. 쇼팽의 21개 녹턴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야상곡 분위기에 걸맞게 은은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일어날 큰 사건의 폭풍전야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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