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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유' 리튬 전쟁이 시작됐다

입력
2022.03.10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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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전기차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 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2019년 200만 대, 2020년 300만 대, 2021년 말 현재 560만 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2021년 한 해 약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며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한 전기차 대수는 이제 중국을 넘어섰다.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바이든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미래 자동차 산업 전망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으며 국가안보적으로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바로 전기차의 필수 구성요소인 '리튬'이라는 배터리 금속과 이를 활용한 배터리 제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전기차 생산은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우선 핵심 금속인 리튬을 채굴하는 광산 기업들이 필요하다. 또 채굴된 리튬을 화학적으로 정련 및 제련을 통해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 화합물로 가공한 후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들과 혼합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을 만드는 소재기업들이 있어야 한다. 금속들의 조합 여부에 따라 배터리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리튬은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금속이기 때문에 '하얀 석유'라 불린다.

그동안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국제분업체제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은 리튬과 기타 배터리 금속의 채굴, 가공, 소재화, 배터리 셀, 팩 제조를 거의 모두 해외 공급망에 의존해 수입해왔다. 미국은 현재 네바다 소재 실버피크 리튬 광산 1곳에서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1%만을 생산할 뿐이고, 셀 제조 기업도 1곳이며. 테슬라의 배터리 팩 조립과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가 4곳이다. 유럽은 스웨덴에서 노스볼트 배터리 공장이 2021년 말 처음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채굴의 절반, 리튬 가공 소재화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리튬 채굴은 중국 내 리튬 개발이 약 20%, 나머지 30%는 서호주 리튬 광산들과 칠레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 지분투자를 통해 확보한 것이다. 세계 배터리 제조 시장은 한중일 3국 기업들이 독과점을 이루고 있다.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 중국 4개사, 한국 3개사, 일본 3개사가 모두 포진해 있다.

유럽연합은 2017년 유럽배터리동맹, 2018년 유럽 배터리 전략행동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배터리 자급률 100%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은 2021년 6월 '100일 공급망 검토 보고서'와 국가배터리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국 주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위한 최우선 순위 정책은 리튬 확보이다.

미국은 사실 많은 리튬 자원을 가지고 있다. 1955년에서 1980년대까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근처 광산에서 생산된 리튬은 미국 전체 소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남미의 저렴한 리튬이 수입되면서 미국의 리튬 광산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리튬은 스포듀민이라고 하는 리튬정광과 리튬염호의 두 가지 생산방식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리튬은 정광방식이고, 남미는 염호방식으로 정광은 노천광산에서 전통 광산개발 방식으로 채굴되고 염호는 지하수를 대규모로 18개월 동안 증발시켜 리튬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염호방식은 정광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엄청난 양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경피해가 막대하다. 노스캐롤라이나 리튬광산도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 최대 리튬 광산은 네바다 태커패스(Thacker Pass)와 캘리포니아 솔튼시 (Salton Sea)이다. 미국 내 리튬개발로 인한 '리튬골드러시'는 곧 남미 등 해외 리튬광산들에 대한 미국 유럽 중국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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